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 장관급인 초대 위원장에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임명됐고, 차관급인 상임위원은 김태준 전 동덕여대 부총장과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맡는다. 위원은 총 21명이지만 교원단체의 추천 절차가 끝나지 않아 당분간 19명 체제로 운영된다.
대통령소속 행정위원회인 국가교육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는 폐단을 없애고 10년 단위의 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학제, 교원정책, 대학입학정책 등 중장기 교육 방향을 정하고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과정의 기본사항을 결정하면 교육부와 지방정부는 이를 시행한 후 국가교육위에 이행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법적인 위상과 역할로 따지면 교육부보다 중요한 조직이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초정파적 기구라는 설립 취지와는 달리 위원들 상당수가 정치색이 짙어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서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했다. 여당 추천 상임위원인 김 전 부총장은 2016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적이 있고, 야당 추천 몫인 정 이사장은 상지대 총장 시절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는 글로 논란을 빚었다. 이 밖에 친전교조 성향의 전현직 교육감 3명에 교과서 국정화에 관여한 교육감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가교육위가 여야 이념 대결의 대리기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가교육위는 당장 올해 안으로 2024년 초등 저학년부터 연차 적용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 의결하고 고교체제 개편안도 확정해야 한다. 교육과정과 관련해선 한국 근현대사 서술을 둘러싼 진영 간 논쟁이 뜨겁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존치 여부를 놓고도 교육계의 이념 갈등이 첨예하다. 정파를 초월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여론은 국가교육위의 존재 이유부터 따져 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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