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충식 한국체대 교수(61·대한체조협회 부회장)는 1985년 고베 유니버시아드(U)대회 마루운동에서 동메달을 땄다. 한국 체조 선수가 U대회 시상대에 오른 건 처음. 당시 동아일보는 ‘체조도 세계 도전 가능성’이라는 제목으로 착지 동작에서 가장 어려운 ‘한 번 비틀고 두 바퀴 공중돌기’를 성공시킨 게 메달 비결이라고 보도했다. 그가 뿌린 씨앗은 그 후 한국 체조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체조와 50년 넘게 인연을 맺은 한 교수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신종 스포츠의 재미에 푹 빠졌다. 파크골프다. “올해 5월 경기 남양주 집 앞에 파크골프장이 생겨 접하게 됐어요. 새벽마다 2시간 정도 칩니다. 카트 없이 계속 걷다 보면 근력을 키우고 골다공증 예방도 할 수 있죠. 특히 코로나 확진 후 감소된 다리 근육이 강해졌어요.”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창설된 파크골프 코스는 일반 골프장 면적의 10분의 1 정도. 18홀 기준 66타(파3 8개, 파4 8개, 파5 2개)가 보통이다. 각 홀 전장은 20∼150m. 86cm 이하의 골프채 1개만을 갖고 모든 샷을 한다. 골프채는 로프트(클럽과 페이스가 이루는 각도)가 0도여서 세게 휘둘러도 공이 허리 높이 이상 뜨지 않는다. 약 90g인 공은 크고 부드러운 플라스틱 재질이라 사고 위험이 작다. 홀 지름은 일반 골프(108mm)보다 두 배 크다.
일반 골프 30년 구력을 지닌 싱글 골퍼인 한 교수는 “채 하나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해야 하는 것도 매력이다. 며칠 전 홀인원을 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만점”이라고 말했다. 파크골프는 신체적 무리나 경제적 부담이 적어 노년층에 적합하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를 병행하게 돼 심폐 기능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2019년 208개였던 전국 등록 파크골프장이 올해 329개로 늘었다. 2019년 5만 명이던 동호인은 올해 15만 명을 넘길 만큼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주말에 일반 골프는 1인당 40만 원이 넘게 들고 하루가 다 가기도 한다. 파크골프 이용료는 5000원 내외(2시간 기준)이며 무료 이용이 가능한 곳도 많다.
가성비 높은 파크골프는 집 근처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한 교수는 “집사람과 함께 열운(열심히 운동) 중이다. 조만간 딸과 사위도 영입할 생각이다”라며 웃었다.
부부가 여가시간을 같이 보낼 때 결혼 생활 만족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가족이 함께 체육 활동을 하면 공감대 형성, 정서적 친밀감 등에 긍정적 영향이 크다. 건강뿐 아니라 가정 행복에도 운동은 필수다.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쉽게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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