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 우려를 잘 알고 있다. 한미 간 솔직하고 열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대통령실이 5일 전했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앞으로 한국 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인플레법의 세부 시행 절차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에 착수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는 언제라도 통화를 할 수 있는 동맹국 정상 간 소통 방식으론 다소 어색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한국 내 ‘외교 참사’ 논란을 진정시키기 위한 정치적 노력의 결과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구체적 해법이나 그 모색의 방향성도 제시되지 않은 메시지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도 어렵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직접 보인 의사 표시인 만큼 향후 어떤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정부 안팎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기류가 그간 한국의 문제 제기에 ‘우려를 이해한다’던 수준에서 벗어나 이젠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법으로 인한 동맹과의 불협화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플레법이 아시아와 유럽 동맹국의 분노를 일으키며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침 미국 재무부가 연말까지 인플레법 시행을 위한 의견 수렴에 들어가고 거기에는 한국산 차별의 핵심인 ‘북미산’의 지역 범위와 ‘최종 조립’의 정의 같은 쟁점이 포함돼 있다. 의회의 인플레법 개정 없이 행정부가 법 시행 과정에서 얼마나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한미 협의체는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정 의견을 내고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이 전방위 패권전쟁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과 우방의 결속을 주창해온 바이든 행정부다. 당장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내적 ‘아메리카 퍼스트’ 바람을 무시하긴 어렵겠지만 동맹이 등을 돌리는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한국 배려’를 속단해선 안 된다. 앞으로도 미국이 보호주의에 휘둘리지 않도록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에 대한 원칙적 대응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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