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의 3개월 내홍 사태가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법원은 그제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당 윤리위원회는 때맞춰 이 전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추가 징계를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정기국회 일정 등을 감안해 내년 2월 전후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체제를 구성할 계획이다.
7월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처분을 계기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분은 초유의 사태로 흘렀다. 정권 초기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도 ‘소수 여당’은 연일 집안 싸움을 벌이며 세월을 허송했다. 젊은 당 대표의 조롱과 독설, 친윤 그룹과의 노골적인 갈등, 1차 비대위 해체, 2차 비대위 구성 등 바람 잘 날 없었다. 정당 지도체제 문제를 놓고 법적 공방까지 벌였으니 혀를 찰 노릇이었다.
1차 법적 공방에선 이 전 대표가, 2차 법적 공방에선 국민의힘이 완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으로선 ‘이준석 리스크’를 털어내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법적으론 일단락됐는지 모르나 정치적으론 내홍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그게 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완전 수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진석 비대위는 속히 내분을 가라앉히고 국정을 질서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책임 여당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매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우려스러운 건 벌써부터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당권 경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고, 2024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의원들은 어느 줄에 서야 할지 눈치만 보는 듯한 형국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이다.
석 달 허송을 만회하고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말 그대로 환골탈태의 수준으로 변하는 수밖에 없다. 윤핵관 소리가 또 나와선 안 된다. 이 전 대표도 남 탓하기에 앞서 어쩌다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됐는지 성찰의 시간을 갖기 바란다. 누가 당권을 잡든 국민이 등 돌린 정당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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