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기업인 TSMC가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놨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6130억 대만달러(약 27조5000억 원)로, 증권가 전망치를 100억 대만달러 이상 넘어선다. TSMC는 사상 처음으로 반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1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TSMC의 실적은 반도체 혹한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파운드리) 매출이 견고한 데다 달러 강세도 호조세에 힘을 보탰다. ‘어닝 쇼크’ 수준의 3분기 실적을 낸 삼성전자와는 대비되는 성적표다. 삼성전자의 사업 비중이 높은 D램 등 메모리반도체의 업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TSMC와의 매출 격차는 한동안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TSMC의 성장세를 밀어 올리는 주요한 동력이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으로 삼고 법인세를 비롯한 세제 감면, 연구개발(R&D) 보조금, 인프라 투자, 인센티브 등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싸워야 할 경쟁 상대가 TSMC가 아닌 대만 전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파운드리 부문 역량을 강화해 이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의 공정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2027년까지 1.4나노 양산을 선언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 없이 기업 혼자서 해내기는 버거운 일이다. 미국이 최근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메모리반도체 및 관련 제조장비까지 대중 수출을 차단키로 하는 등 미중 충돌 속 규제 고삐도 강화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는 반도체특별법(K-칩스법) 심사에 뒷짐을 진 채 국감 정쟁에만 매몰돼 있다. 8월 발의된 법안의 소위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도 이대로라면 이행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버팀목이자 경제안보의 전략 품목이다. 위기의식을 갖고 신속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지 않으면 이런 반도체의 경쟁력이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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