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이 넘는 우주 항행이었다. 2021년 11월 24일에 발사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다트(DART) 우주선은 멀리 우주를 날아가 2022년 9월 27일 오전 8시 14분경 쌍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 다트 프로젝트는 우주선 본체를 직접 소행성에 충돌시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꾼 인류 최초의 실험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법한 지구 방어 계획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천체는 생각보다 많다. 지구에 매우 가까이 스쳐 지나가는 태양계 내 천체를 근지구 천체라고 하는데, 소행성과 혜성은 대표적인 근지구 천체다. 이런 것들이 지구와 충돌해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은 아주 오래전부터 예견돼 왔다. 대표적으로 1998년에 영화 ‘아마겟돈’부터 2021년 ‘돈 룩 업’까지, 소행성 충돌 위기를 그린 작품이 적지 않다.
이런 작품들이 꾸준히 나오는 것은 대중이 소행성 충돌에 대해 적든 크든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단순히 상상의 영역은 아니다. 1908년 러시아 툰구스카 지역에 지름 50m의 소행성이 공중 폭발해 2000km²의 숲이 불에 탔다. 2013년에는 지름 20m 크기의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추락해 1500여 명이 다치고 7200여 채의 건물이 파손됐다.
천문학자들은 근지구 천체 중 지구에 충돌했을 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소행성들을 ‘지구위협 소행성’으로 분류하고 있다. 추정된 소행성의 지름이 140m보다 크고 해당 천체의 궤도와 지구 궤도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의 거리(최소궤도교차거리)가 0.05AU(태양과 지구의 거리인 약 1억4960만 km를 일컫는 단위) 이내에 해당되는 소행성들이 그것이다. 현재 근지구 소행성은 약 3만 개가 발견됐는데, 이 가운데 약 2300개가 지구위협 소행성으로 분류된다.
다행인 것은 이런 소행성의 위협은 인류가 어느 정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트 프로젝트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천문학자들은 지구로 접근하는 소행성의 충돌 위협에 대비한 ‘지구방위 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만 영화와 실제는 좀 차이가 있다. 일부 영화 내용과 달리 다트 미션은 처음부터 우주선에 폭약을 싣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았다. 폭발로 인해 떨어져 나올 잔해의 궤도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잔해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행성 폭파 방법은 성공하더라도 이후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다트 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그 궤도를 ‘살짝’ 비틀어 지구를 비켜나가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물론 이 방법도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다. 다트 미션은 이런 상상이 가능한 것인지 입증하기 위해 추진됐다. 분석 결과 초속 6.6km로 날아가는 우주선으로 초속 34km로 이동하는 디모르포스에 충돌시켜야 했다. 게다가 디모르포스의 지름은 170m에 불과했다. 우주선과 소행성 모두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로 총알로 총알을 맞히는 것보다 더 어렵다. 게다가 다트 탐사선은 지구에서 약 1100만 km 떨어진 거리에서 디모르포스와 충돌하기 때문에 지구와의 교신에 지연 상황이 발생하므로 사람의 개입 없이 우주선이 자신의 궤적을 결정할 수 있어야만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트 프로젝트 팀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응용물리학연구소와 함께 미사일 유도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구와의 통신과 지원 없이 스스로 비행궤적을 결정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나사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응용물리학 연구소가 주도한 다트 프로젝트에는 30여 개국이 참여했다. 충돌 전후 소행성의 상황을 지상 관측으로 관찰하기 위해선 다양한 지역에서의 국제적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한국은 최근 지상에서의 소행성 관측 능력을 인정받아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다트 임무에 합류했다. 한국이 소행성 연구 성과를 국제 학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2016년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에 합류하는 등 활발한 국제 활동을 이어온 결과다.
필자도 다트 프로젝트에 참가했다. 참가자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근무하는 상황이라 원격회의는 보통 한국 시간으로 오전 1시에 열렸다. 지난해 11월 다트 선이 발사된 직후엔 회의를 분기별로 1번씩만 진행했으나, 충돌일이 다가오면서 1주일에 1번씩, 충돌 10일 전부터는 매일 회의를 하며 우주선 상황을 공유했다. 각 국가에선 관측 계획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나눴다. 한국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들은 낮에는 근무하고 밤에는 다트 임무를 위해 원격회의에 참여했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타국 프로젝트 팀원들은 회의 중 한국 연구자들이 혹여 잠들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농담을 던지며 회의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기 이끌기도 했다.
나사는 다트를 소행성 디모르포스라는 표적에 명중시키며 일차적인 성공을 거뒀다. 이는 다트 탐사선이 디디모스와 디모르포스를 구별해 식별한 뒤, 1시간 이내에 지구와의 통신이나 지원 없이도 스스로 비행궤적을 결정하여 디모르포스에 충돌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인류가 확보했다는 뜻이다. 소행성의 지구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얻은 셈이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다트 미션의 완전한 성공을 위해 추후 소행성의 궤도 변화를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위협에 완벽히 대비하기 위해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을 사전에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가 위협에 놓인 상황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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