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기업인 등 일반 증인 119명의 답변 실태를 분석한 결과, 1명당 평균 3분 41초꼴로 발언 기회를 얻은 걸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69명은 2시간 가까이 대기했지만 채 3분도 답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답변 시간이 30초가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줄줄이 불러 놓고 한두 마디 듣고 끝내는’ 식의 구태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해엔 플랫폼 기업의 갑질 이슈가 불거지며 정보기술(IT) 기업 창업주나 최고경영자 등이 줄줄이 국감장에 불려 나왔다. 이들 중 10분 이상 발언 기회를 얻은 증인은 4명에 불과했다. 반면 답변 기회를 단 1초도 얻지 못한 증인도 있었다. 이 증인은 한 번도 질문을 받지 못한 채 3시간 40분 동안 국감장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3, 4시간 대기하다 한 차례 질문을 받고 한두 마디 답변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답변 시간은 짧게는 27초, 길어야 1분 안팎이었다.
기껏 불러놓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예, 아니요’로 짧게 답변해 달라”고 하니 질의응답 자체가 부실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119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 “죄송”이라는 단어만 120차례 언급됐다. “모른다”는 75차례, “노력하겠다”는 187차례 등장했다. “예, 맞습니다” “예, 감사합니다”라는 답변만 22차례 한 기업인도 있었다. 기업인이 아닌 협회장 등 일반 증인 32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실상 국회의원의 호통에 고개만 숙이는 장면만 주로 반복된 것이다.
국회는 필요하면 누구든 국감장에 출석시켜 경제 현안, 사회 현안에 대해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 일단 불러놓고 거의 질문조차 않거나 군기잡기를 하는 듯한 태도는 국회 위상만 떨어뜨릴 뿐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 꼭 필요한 증인을 채택하고 의원과 증인 간 밀도 있는 질의응답이 오가야 개선책도 나오고 부조리가 바로잡힐 수 있다. 올해 국감에도 일반 증인이 다수 채택됐다. ‘갑질 국감’이란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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