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3의 전략[임용한의 전쟁사]〈233〉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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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의 기세는 대단하고 러시아군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올겨울쯤이면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거의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군의 몰락은 군의 구조적인 한계, 러시아의 아직도 전근대적이고 권위적인 문화가 근원적인 원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라면 물량, 인력 등 여러 가지 수단으로 이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로 전환한 지금 미군과 비교할 때, 경직된 문화와 조직이 얼마나 큰 약점이 되는지 이번 전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은 푸틴의 무리한 요구와 지나친 간섭이다. 아직 크렘린 내부의 이야기가 새어 나오지 않아 확증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전쟁 중반부터 그런 징후가 스멀스멀 보였다. 우왕좌왕하는 전략, 전투 병력의 교대 같은 기본적인 원칙도 지키지 않는 군대 운용. 러시아 군인들이 이 정도로 어리석을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은 정치권, 아니 푸틴의 과도한 간섭뿐이다. 독소전쟁 때 스탈린과 히틀러가 교대로 저질렀던 실수를 푸틴이 반복하고 있다.

30만 명을 동원했다지만 이들이 총알받이가 아닌 반격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1년 후라고 해도 보장은 어렵다. 그럼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시간문제일까? 러시아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전황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핵을 사용해도 효과는 미지수다. 핵이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는 때는 테이블과 마이크 앞에 놓였을 때다. 만에 하나 파멸적이고 저주스러운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도 파멸이 승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러시아에 사실 한 가지 전략이 남아있다. 지독한 장기전. 국경에 병력을 배치하고 우크라이나의 도시를 폭격하면서 초장기전, 지구전으로 간다. 강국이 약국을 상대하는 가장 징그러운 전략이다. 30만 동원령과 핵 협박은 이 전략을 위한 밑밥일 수 있다. 아무래도 이 전쟁의 유일한 해결책은 푸틴 정권의 몰락뿐인 것 같다.

#러시아#제 3의 전략#푸틴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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