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첫해 불거진 여당의 극심한 내홍의 중심에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있다. 관심은 온통 집권 여당의 선장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윤리위가 6일 추가 징계에 나설 것인지 여부에 쏠려 있었지만, 그에 앞서 윤리위는 또 한 가지 문제의 결정을 내렸다.
윤리위는 지난달 29일 새벽,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에 대해 ‘위원장 명의의 엄중 주의’ 처분을 내렸다. 발단은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문제다.
경찰 출신인 권 의원은 정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출했다. “경찰국 설치는 위헌”이라고 주장한 권 의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언급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함께 경찰국 신설 반대 토론회도 열었다. 결국 윤리위는 정부 여당이 정한 정책에 문제를 제기한 권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쉽게 말하면 “대통령실이 정한 대로 따를 것이지 왜 토를 다느냐”는 것이다.
윤리위 소명에 나선 권 의원은 “경찰 중립성이 위협받는 상황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결정했기 때문에 입을 다물라고 한다면, 이것은 정당이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니지 않으냐. 오히려 입을 다무는 게 국민의힘에 해가 되는 행위라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대 여론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7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경찰국 설치에 대해 ‘정부가 경찰 조직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고 답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응답은 33%였다.
물론 모든 정책을 여론조사로 결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반대 여론도 귀담아듣고 우려 되는 점은 보완하는 게 집권당의 역할이다. 이런 본분은 잊고 여당 의원이라는 이유로 의견 표출조차 못 하도록 하는 게 과연 국민의힘 윤리위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이고 정당 정치인가.
모두가 정규 교육 과정에서 배운 것처럼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되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종 연설에서 가장 빈번하게 언급하는 단어도 바로 ‘자유’다. 심지어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6조에는 “당직자와 당 소속 공직자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당의 이익을, 당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성실히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권 의원의 징계를 두고 여권 내에서조차 “과거 민주당의 금태섭 전 의원 징계가 연상된다”는 말이 나온 건 당연하다. 2020년 5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금 전 의원이 기권표를 던졌다며 ‘당론 위배’로 징계를 의결했다. 지금도 야권 인사들이 “‘불통의 민주당’, ‘독선의 민주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된 결정적 장면 중 하나”라고 꼽는 사건이다.
당시 금 전 의원의 징계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주의 없는 민주당”이라고 성토했다. 마찬가지로 집권 여당이 된 지금의 국민의힘은 “국민 의견 없는 국민의힘”을 향해 가는 게 목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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