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해 감사원장은 11일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대통령이 특정 감사를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참여정부 때 대통령실로부터 감사 요구 17건을 제안받아 자체 검토해 10건은 감사했다”며 “(요구를) 수용하느냐 결정하는 것을 독립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감사를 요구하더라도 착수 여부는 감사원 스스로 판단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감사원법 등에는 국무총리와 국회, 국민이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거나 청구할 수 있도록 돼 있고,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 관한 규정은 없다. 대통령으로부터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을 규정한 헌법과 감사원법의 취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직접 감사를 요구한 전례가 있다면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 그 요구가 타당하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더구나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감사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감사원장을 비롯한 고위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고, 감사 결과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관해 보고받을 권한도 있다. 그럼에도 최 원장이 대통령을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한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성을 지켜내려면 감사원이 각별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 오해를 살 만한 언행도 삼가야 한다.
앞서 최 원장은 7월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유병호 사무총장은 5일 이관섭 대통령국정기획수석에게 “해명자료 나갈 겁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렇다 보니 여당 내에서도 감사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총장의 문자에 대해 “적절하지 못했다”(안철수 의원), “이해가 안 된다”(나경원 전 의원)는 반응이 나왔고 최 원장의 ‘지원 기관’ 발언 당시 김도읍 의원은 “귀를 의심케 한다”고 했다. 감사원의 핵심 인사들이 계속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자초한다면 감사원이 내놓는 감사 결과도 신뢰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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