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5일 새벽 동해로 쏜 에이태큼스(ATACMS·전술지대지미사일) 1발이 비행 도중 추적신호가 끊기면서 표적 명중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현무-2C 미사일이 오작동으로 발사 방향과 정반대로 날아가 떨어진 사고가 난 직후 한미 양국 군이 2발씩 발사한 에이태큼스 4발 중 우리 군이 쏜 1발이 동해 상공에서 사실상 실종된 것이다. 군 당국은 이를 공개하지 않은 채 ‘성공적 대응’이라고 자찬했다.
현무-2C 낙탄 사고에 이은 에이태큼스 추적 실패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3축 체계’에 치명적 허점을 드러낸 것이 아닐 수 없다. 두 무기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해 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과 북한 공격에 대응해 북한군 수뇌부와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체계의 대표적 타격 전력이다. 3축 체계의 핵심은 즉응성과 정확성인데, 모두 실패한 것이다.
당초 우리 군은 현무-2C 1발과 에이태큼스 1발, 미군 측은 에이태큼스 2발을 발사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무-2C의 낙탄 사고가 나자 우리 군의 에이태큼스를 2발로 늘렸다. 급하게 에이태큼스 1발을 추가로 동원하면서 추적 실패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원인 조사와 무기관리·사격훈련 실태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실패에도 군 당국은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도발 원점을 무력화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에이태큼스 1발은 동해상 가상 표적에 명중했고, 추적에 실패한 다른 1발도 표적을 향한 날아간 만큼 ‘성공’이라고 판정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편의적 판단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북한은 보름 사이에 7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며 대남 전술핵 위협을 노골화했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그에 대응한 맞불 무력시위 실패를 쉬쉬하면서 북한의 능력을 평가절하하기에 바쁘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핑계를 댈지 모르지만, 창피한 것은 일단 숨기고 보자는 태도가 군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울 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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