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한국 기업 가운데 국내로 ‘유턴’할 생각이 있는 기업이 4.5%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 95.5%는 해외사업이 힘들어도 한국에 돌아올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선진국들이 세제 혜택, 보조금 등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며 한국의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대기업을 빨아들이면서 우리 기업의 해외 유출 흐름은 빨라지고 있다.
KOTRA가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국내 복귀 의향을 물었더니 65%의 기업은 “의사가 전혀 없다”, 30.5%는 “별로 없다”고 답했다. 복귀할 뜻이 ‘강한’ 곳은 0.5%뿐이었다. 한국의 유턴기업 지원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도 8%에 그쳤다. 지난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 유턴 정책을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도 국정과제에 첨단산업 기업의 유턴 확대를 포함시켰지만 기업들은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은 26곳, 올해 들어 8월까지는 19곳이다. 올해 복귀한 기업 중 투자, 고용과 관련해 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고용, 공장입지 등 조건이 까다롭고 지원 규모도 크지 않아 유턴해 놓고도 신청을 꺼리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2018년 이후 유턴한 기업으로 범위를 넓혀도 지원을 받은 건 29%에 그쳤다.
반면 미국에서는 작년에만 1300여 기업이 유턴했고, 일본도 매년 500여 기업이 복귀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올해 8월 막대한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이 포함된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후 인텔, 마이크론, IBM 등 미국 기업들은 수십조 원짜리 미국 내 생산설비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유턴으로만 2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결국 유턴의 성공은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는 뜻이다.
전 세계가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끌어들여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시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말은 더 이상 구호가 아니다”면서 연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외치고 있다. ‘헛방 정책’으로 비판받는 유턴기업 지원책으로는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수 없다. 파격적 지원책, 규제 완화를 포함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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