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대명사는 한동안 구글이었다. 높은 지명도에 멘토링 기회, 호텔 뷔페 수준의 공짜 구내식당, 근무시간의 20%를 자기 계발에 쓸 수 있는 자유로운 조직 문화가 지원자들을 자석처럼 빨아들이면서 270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그런데 구글보다 더 선망 받는 직장이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최근 발표한 ‘세계 최고의 직장’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57개국의 다국적 기업 임직원 15만 명을 대상으로 4000여 개 기업의 영향력과 이미지, 인재 육성 프로그램, 임금 수준, 근무 여건을 평가하게 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800개 기업을 추려낸 결과다. 2∼5위는 마이크로소프트, IBM, 알파벳(구글 모회사), 애플 순으로 모두 미국계 IT 기업이다. 알파벳은 이 조사가 시작된 2017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가 2020년부터 삼성전자에 자리를 내주고 밀려났다.
▷삼성전자의 부상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연하고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따라잡기 위해 수차례 인사혁신에 나선 결과다. 우선 직급별 표준 체류연한이나 승격 포인트제를 없앴다. 능력만 있으면 누구든 팀장으로 발탁된다. 직원 간 호칭은 ‘님’, ‘프로’로 통일해 서로 존댓말을 쓴다. 법정 한도의 2배를 쓸 수 있는 육아휴직 제도로 9년 연속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 인증 기업’으로 선정됐고, 미국 법인은 민간재단의 ‘기업평등성지수’ 평가에서 3년 연속 만점을 받았다. 역량 개발의 기회도 많다. 반도체 사내 기술대학으로 시작한 삼성전자공과대학과 사내 대학원을 졸업한 학사가 1045명, 석박사가 858명이다.
▷알파벳의 지난해 연봉 중간값은 29만5884달러(약 4억2000만 원)로 삼성전자 평균 연봉(1억4400만 원)의 약 3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순위가 높은 건 ‘고용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취업포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고용 브랜드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는 조직문화, 워라밸, 일을 통한 성장이다. 세계 최고의 인재들과 좋은 기업문화 속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으면 연봉을 높여 부른다고 쉽게 다른 회사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삼성은 시작부터 인재 욕심이 많았던 기업이다. 창업주는 “1년 계획은 곡식을, 10년 계획은 나무를, 평생 계획은 사람을 기르는 일이다”는 중국 고전을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코로나 이후 ‘대퇴직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는 좋은 인재 앞에선 기업이 ‘을’인 시대다. ‘세계 최고의 직장’ 800위 안에 든 한국 기업이 지난해 38개에서 올해는 16개로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의 약진이 기업 간 고용 브랜드 높이기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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