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두바이로부터 배울 점[알파고 시나씨 한국 블로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4일 03시 00분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알파고 시나씨 튀르키예 출신·아시아엔 편집장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다녀왔다. 다른 것보다 두바이의 외국인 부동산 매수 열풍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이런 현상은 열린 경제를 추구한 두바이의 도시 발전사를 찬찬히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해할 수 있다. 두바이의 경제 기반이 석유뿐일 거라는 선입견은 필자의 편견에 불과했다.

두바이와 한국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1960년대부터 세운 경제 개발 계획이 적중했다는 점이다. 먼저 두바이 경제의 배경을 살펴보자.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의 7개 주요 도시 중 하나다. 그러나 막연히 석유로 부를 축적했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랍에미리트 전체 산유량의 94%는 수도인 아부다비에 집중돼 있다. 두바이에서 나오는 석유의 양은 아부다비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상대적으로 ‘없는 살림’으로 시작한 두바이는 일찌감치 ‘석유 없는 경제 성장’을 추구했다. 1960년대 말부터 시기별로 경제 정책을 잘 수립해 현재의 부를 축적했다. 이 과정에서 ‘열린 경제’의 힘을 잘 이용했다. 두바이의 경제 활성화에는 외국인의 경제 활동 영향이 크다. 그들이 이곳에서 쇼핑이나 여행을 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도시의 경제 순환을 돕는다. 외래 수익은 다시 해외를 향한 계획적 투자로 이어진다. 한두 개 강대국에 국한되지 않는, 세계 곳곳으로 고루 잘 연결된 경제 구도를 탄탄히 구축했다. 두바이는 앞으로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이 ‘열린 경제’를 통해 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두바이의 인구는 40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12%만이 두바이 토박이이고 나머지는 외국인이나 외지인이다. 순수 현지인은 채 50만 명도 안 되는 셈이다.

한국의 인구는 5000만 명을 넘어선다. 두바이와 비슷하게 1960년대부터 체계적인 경제 계획을 수립한 한국이지만 그 성장 과정에서는 두바이와 달리 적잖은 자국민 인구수의 역할이 꽤 컸다. 과거에 수천만의 인구는 한국 기업에 든든한 ‘자산’이 돼줬다.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만들면 국내 시장 덕분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었다. 한국의 세계적 기업들은 국제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국내 시장의 도움을 받으면서 버텼다.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에 나서기 전, 국내 시장에서 힘을 키우기도 했다.

그렇게 쌓은 수출의 금자탑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는 시야를 더 멀리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이 5000만 명의 인구는 보험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계획을 한국 시장 중심으로 한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이제 국내 시장만의 도움으로 커질 단계는 지났다. 5000만 고객과 국내 시장만의 도움으로는 한국 경제를 한발 더 성장시킬 여지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에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비슷한 정체기가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나오는 시점에 고민해볼 만하다.

두바이처럼 세계 경제와의 완전한 연결을 통해서 커질 때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아프리카의 다소 생소한 국가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가지고, 이름을 자꾸 헷갈리는 중앙아시아의 국가에서 세운 공장에서 제품으로 제조한 뒤, 이름은 알아도 국기는 헷갈리는 남미 국가에 수출하는 일에 지금까지보다 더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한국 경제인들에게 제안한다. 우리 인구를 5000만 명이 아닌 단 5만 명이라고 가정해 보는 건 어떨까. 처음부터 세계 50억 넘는 인구를 상대로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다. 우리에게 그동안 큰 도움을 줬던 다이내믹한 인구가 우리를 더 이상 방심하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대기업뿐 아니라 일반 사업가까지 철저하게 세계 경제와 더욱더 튼튼하고 디테일한 관계를 구축하는 날을 기다려 본다. 실시간 무한 연결의 네트워크 시대에 무대는 더 넓어졌다. 새로운 개념의 수출 금자탑을 쌓을 때다.

#아랍에미리트#두바이#부동산매수#경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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