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 잇는 정치권 낙하산 인사, ‘공정과 상식’ 맞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0시 00분


공공 기관과 정부의 입김이 닿는 민간 기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줄줄이 불거지고 있다. 전문건설업자 6만 명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최근 신임 이사장 후보로 여당 출신인 이은재 전 의원을 내정했다. 건설과 금융 분야 경력이 전무한 정치인이 자본금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건설업 전문 금융기관의 수장 자리에 앉겠다고 나서자 조합 내부가 들끓고 있다고 한다.

이 조합은 건설업 종사자들이 100% 출자해 1988년 설립한 민간 기관으로 국토교통부가 인가·감독권을 쥐고 있다. 연봉이 3억 원인 이사장 자리는 주로 국토부 관료 출신 차지였는데 최근엔 정치권 인사들이 꿰차고 있다. 올해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 처음으로 이사장 공모제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 됐다. 이 후보는 다음 달 1일 총회 표결을 통과하면 3년 임기의 이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임기가 끝난 공공기관 사장 자리에도 여권 인사들이 내리꽂힐 조짐이다. 한국가스공사 사장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최연혜 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에는 에너지 경력이 전무한 캠프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여당은 국정감사에서 전임 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해 ‘낙하산 알박기 인사’라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감사도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뒤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니 ‘자기 사람 심기 위한 밀어내기’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억대 연봉의 공공기관 상임감사직도 여권 인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혁신한다는 정부가 부실 경영을 감독하는 감사 자리를 전문성도 공정성도 기대할 수 없는 친여 인사들에게 전리품처럼 나눠주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공언한 정부라면 기관의 경쟁력을 좀먹는 악성 낙하산 관행을 청산하고 인사를 정상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권#낙하산#인사#공정#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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