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냉전 끝났다”며 中 봉쇄 ‘10년 대결’ 선언한 美 안보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5일 00시 00분


미국 백악관이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탈냉전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이룰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즉각적 위협이라면서도 미국 주도로 세계가 연합해 그 도발에 대응할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NSS는 미 행정부 출범 때마다 내놓는 최상위 전략문서로서 군사 외교 경제 등 전 분야를 포괄한 국가전략을 담고 있다.

당초 올해 초 발간 예정이던 NSS 보고서가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반영하기 위해 반년이나 늦게 나왔지만,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제시한 ‘NSS 중간 지침서’에서 그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침서도 중국을 ‘국제체제에 도전할 유일한 국가’로 규정했다. 당시엔 중국과의 협력, 경쟁, 대결 등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 보고서는 중국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보고서는 “향후 10년은 결정적 시기이고 지금 우리는 그 변곡점에 서 있다”며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제멋대로 변경하려는 중국과의 ‘격렬한 경쟁’을 다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거듭 “우리는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냉전의 개막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을 확정짓는 중국 당 대회를 며칠 앞두고 이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중국 지도부를 향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일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차이도 분명히 구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당장 눌러야 할 위협이긴 하지만 중국보다 한 등급 아래 ‘쇠퇴하는 호전국가’로 평가하고, 미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궁극적인 적수는 ‘인도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세력권을 확장하려는 야심’을 가진 중국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자체 경쟁력 강화 △동맹·우방과의 연대 △국익과 비전을 지키는 경쟁을 통해 중국을 제압할 것임을 천명했다.

사실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은 가동된 지 오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의 즉흥적 대응을 넘어 종합적인 얼개를 갖추고 포위망을 촘촘하게 짜고 있다. 군사적 대결, 경제 전쟁, 기술 봉쇄까지 불사하며 국제적 연대망도 확대하고 있다. 신냉전 대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찬 물살이 됐다. 그 사이에서 동맹인 미국에 한층 다가섰지만 이웃인 중국과도 척을 질 수 없는 한국은 피할 수 없는 시험대로 몰리고 있다.
#탈냉전#중국#봉쇄#10년 대결#미국#안보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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