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12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탈냉전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이룰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즉각적 위협이라면서도 미국 주도로 세계가 연합해 그 도발에 대응할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NSS는 미 행정부 출범 때마다 내놓는 최상위 전략문서로서 군사 외교 경제 등 전 분야를 포괄한 국가전략을 담고 있다.
당초 올해 초 발간 예정이던 NSS 보고서가 급변하는 세계정세를 반영하기 위해 반년이나 늦게 나왔지만,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제시한 ‘NSS 중간 지침서’에서 그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침서도 중국을 ‘국제체제에 도전할 유일한 국가’로 규정했다. 당시엔 중국과의 협력, 경쟁, 대결 등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 보고서는 중국과의 경쟁에 초점을 맞춰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보고서는 “향후 10년은 결정적 시기이고 지금 우리는 그 변곡점에 서 있다”며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제멋대로 변경하려는 중국과의 ‘격렬한 경쟁’을 다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거듭 “우리는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신냉전의 개막을 공식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진핑 주석의 종신 집권을 확정짓는 중국 당 대회를 며칠 앞두고 이 보고서를 공개한 것도 중국 지도부를 향한 엄중한 경고 메시지일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과 러시아의 차이도 분명히 구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당장 눌러야 할 위협이긴 하지만 중국보다 한 등급 아래 ‘쇠퇴하는 호전국가’로 평가하고, 미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궁극적인 적수는 ‘인도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세력권을 확장하려는 야심’을 가진 중국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자체 경쟁력 강화 △동맹·우방과의 연대 △국익과 비전을 지키는 경쟁을 통해 중국을 제압할 것임을 천명했다.
사실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은 가동된 지 오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의 즉흥적 대응을 넘어 종합적인 얼개를 갖추고 포위망을 촘촘하게 짜고 있다. 군사적 대결, 경제 전쟁, 기술 봉쇄까지 불사하며 국제적 연대망도 확대하고 있다. 신냉전 대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세찬 물살이 됐다. 그 사이에서 동맹인 미국에 한층 다가섰지만 이웃인 중국과도 척을 질 수 없는 한국은 피할 수 없는 시험대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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