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싸우는 상황에서 각국은 정부 지출 확대를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높여 유동성을 줄여도 정부가 돈을 풀어대면 물가 억제 효과가 사라지고, 인플레가 장기화한다는 것이다. IMF는 또 “정책 당국자들은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보조금, 감세, 가격제한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면서 지원 대상을 취약계층으로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도 “부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면서 무차별적 재정지출을 경계했다.
이런 경고가 나오는 건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가 늘린 재정지출의 부작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정부는 최근 전방위적 감세, 보조금 지급 방안을 내놨다가 인플레 악화, 재정위기 가능성이 제기돼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도 2020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시작으로 재정을 풀어 2019년 37.6%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채 비율이 올해 50%에 육박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라도 5∼6%대 고물가가 이어지는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보편복지를 늘리는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월 30만 원 기초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확대하고,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도 겉으로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매년 수십조 원 재정부담이 커질 기초연금 인상을 약속하고 나서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또 민주당은 매년 1조 원 이상 들여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주는 안을, 국민의힘은 군 장병 월급을 200만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 극도로 높은 상황에서 정파 이해에만 매달린 여야의 무차별 돈 풀기 정책은 경제를 재앙으로 이끌 수 있다. 여야는 IMF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인플레 고통을 장기화하고,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선심성 정책들을 거둬들여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