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 최강 박민지(24)는 ‘연장의 여왕’이다. 9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연장전을 거쳐 다섯 차례 정상에 섰다. 통산 연장전 전적은 5승 1패로 승률이 83%에 이른다. 박세리(4승 2패)와 타이였던 연장전 최다승 기록을 깨뜨렸다.
박민지의 연장전은 모두 서든 데스(sudden death) 방식. 한 홀 결과에 운명이 결정되기에 가슴은 쿵쾅거리고 간이 콩알 만해질 법하다. 일반인들도 대학 입시, 입사 면접 등에서 그런 압박감을 겪을 게다. 모의고사 문제는 척척 풀고, 리허설에서는 청산유수이다가도 정작 ‘본(本)게임’에서는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결전을 치를 때는 평정심이 중요하다. 긴장하면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이라는 호르몬 분비로 교감신경을 자극해 근육이 경직되고 심장 박동 수가 늘어난다. 불안장애가 무대공포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코칭 심리전문가인 정그린 씨는 “압박감이 극대화될 때 가장 편안하고 심플한 상태를 만들어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평소 자신만의 루틴을 강조한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시험, 인터뷰 등에서 불안이 크게 높아진다면 비슷한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시험장 근처에 미리 가 본다든지 실제로 시험을 보듯이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천천히 복식호흡을 해도 좋다. 박세리는 “훈련할 때 실제 경기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실수에 대처하는 요령을 수없이 반복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는 “엄마(핸드볼 대표 출신)는 늘 고강도 운동의 ‘마지막 하나 더’를 강조하셨다. 스쾃을 하더라도 20개째가 되면 죽을 것 같은데 엄마는 거기서 1, 2개를 항상 더 시켰다. 극한의 순간을 넘어서는 경험으로 현재의 멘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마지막 1도가 없으면 물은 끓지 않는다고 했던가.
어려서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갖춘 박민지는 초등학교 때 매일 10km를 뛰었다. 9홀 파3 골프장을 하루에 7바퀴 돌기도 했다. 비거리를 늘리려고 하나도 못 하던 턱걸이를 7개까지 하고 푸시업 30개도 했다는 건 유명한 얘기. 박민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연습장 2, 3층에서는 공을 못 쳐 1층에서만 실제 그린을 상상해가며 샷을 하다 보니 100m 이내 어프로치샷도 유달리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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