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히 (대통령실에) 밉보인 것 같다.”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 금지로 발칵 뒤집어진 교육부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해석이다. 지난달 국립대 사무국장으로 파견됐던 교육부 공무원 10명이 일제히 대기 발령이 났다. 공석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교육부로 복귀한다고 한다. 국·과장급인 사무국장 자리 21곳이 순식간에 증발한 것인데 이들의 자리를 찾아주고 나면 수년간 인사 적체를 피할 수 없다. 해고가 없는 공무원 조직에선 그야말로 재앙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국립대서 재정·인사 등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국장 자리를 독점해왔다. 이를 통해 국립대를 통제하는 한편, 인사에 숨통을 틔워 왔다. 국립대의 민원 창구로도 기능했다. 교육부와 국립대의 가교를 단번에 끊어낸 것.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이슈지만 교육부 개혁이 맞다. 다만 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단행됐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결정이 아니고는 설명이 어렵다. 교육부 안에서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교육부는 왜 이렇게 밉보였나.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던 교육계 인사들은 “현행 교육제도와 교육부에 대한 인식이 기본적으로 비판적”이라고 전했다. “사학비리가 터졌던 그 학교를 다녔던 이야기, 사학재단을 수사한 이야기를 주로 하더라”거나 “후보자 시절 교육계 인사가 들고 온 교육 공약은 대개 퇴짜를 놓았다”고도 했다. 사실 윤 대통령의 공식 발언만 봐도 교육부를 개혁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드러난다. 6월 윤 대통령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주문한 국무회의 발언을 복기해 보자. 수도권 대학 증원이 어렵다는 장상윤 차관에 대해 “웬 규제 타령이냐”고 면박을 줬다. “교육부도 경제부처처럼 해야 한다” “시대에 뒤처진 일을 내세운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교육부는 폐지해야 한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도 교육부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 후보자는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K-정책플랫폼 보고서에서 대학을 교육부 산하에서 떼어내어 총리실로 편제(編制)할 것을 주장했다. 교육부 등 정부 관료의 국립대 파견을 금지하는 방안 역시 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이 후보자는 “교육부 산하에 대학을 그대로 둔 채 교육부가 대학 규제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 지명 이전 20여 명의 인사를 검토했으나 스스로 고사하거나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교육계 내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이 후보자만큼 대통령 생각에 근접한 인사는 찾기 어렵다. 대다수 교육계 인사는 국정과제인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을 두고도 기업 이익이 반영된 경제 논리라고 볼 것이다.
교육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 부처로 거론된다. 하지만 교육부는 ‘학생의 학력과 안전을 위한 규제’라는 명분을 방패 삼아 용케 개혁의 칼날을 피해 왔다. 교육부가 교실 크기부터 강사 수업 시수까지 획일적인 규제를 하는 동안 공교육은 붕괴했고 대학 경쟁력은 추락했다. 타성에 젖은 교육 행정의 틀 안에 학생들을 구겨 넣은 결과, 교실은 잠을 자는 곳이 됐다. 대학은 교육부의 재정 지원에 길들여진 나머지 어떤 혁신도 시도하지 않는다. 이러느니 교육부 폐지가 낫다는 인식이 과연 대통령만의 인식일까. 교육부가 지금처럼 낡은 규제를 움켜쥔 채 군림만 한다면, 그 누구도 교육부의 우군이 되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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