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매립 금지 앞둔 ‘쓰레기 전쟁’… 폐기물 하루 906t 매립하는데
수도권 2026년부터 금지 예고… 서울시 “소각장 늦으면 대란”
이미 소각장 시설 있는 마포구… “서울 쓰레기 절반 떠맡아
선정위 구성에도 명백한 위법”… 전문가 “소각장 시설 꼭 필요”
《“시장님은 지금 법적 절차를 마음대로 적용하고 있습니다.”(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습니다.”(오세훈 서울시장)
14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서울시 국정감사에선 시가 올 8월 신규 생활폐기물 소각장 부지로 마포구 상암동을 선정한 것과 관련해 설전이 오갔다. 허 의원은 “(마포구를 소각장 부지로 선정한) 잘못을 인정하고 마포구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따졌다. 이에 오 시장은 “마포구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소각장 건설의 타당성을 주장하며 맞섰다.
서울시는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는 2026년까지 광역 소각장을 추가로 지어야 ‘쓰레기 대란’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마포구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시는 소각장을 ‘랜드마크’로 꾸미고 약 1000억 원을 들여 주민편익시설을 짓겠다는 유인책을 제시했지만, 주민 반대가 격렬해 건설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 “안 지으면 쓰레기 대란” vs ”중복 설치 안 돼”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은 2026년부터, 그 외 지역은 2030년부터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다. 소각 또는 재활용 선별을 거치지 않은 종량제봉투를 바로 땅에 묻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폐기물 소각장이나 재활용 처리시설을 짓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다.
서울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발생한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 3143t 중 71.2%(2237t)만 소각됐고 나머지 28.8%(906t)는 매립됐다. 현재 시가 운영하고 있는 마포(750t)·강남(900t)·노원(800t)·양천구(400t)의 쓰레기 소각장 처리 용량을 합치면 하루 평균 2850t이지만, 노후화 등으로 실제 소각량은 용량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 “2026년까지 신규 소각장을 짓지 못하면 쓰레기 대란으로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전문기관 용역과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입지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 마포구 소각장 옆 주차장을 새 부지로 선정했다. 소각장 영향권인 300m 이내에 사람이 살지 않고, 이미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정된 시유지라 토지 취득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등 때문에 입지 여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시는 2026년까지 상암동에 새 소각장을 세우고, 2035년까지 기존 소각장을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부지가 선정되자 마포구는 “이미 소각장이 있는 마포구에 중복 설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마포구는 입지선정위에서 하수도, 폐기물 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과의 중복 여부 항목 배점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마포구와 함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던 강동구의 시의원이 입지선정위원으로 위촉됐다는 등의 절차상 문제도 주장했다. 또 입지선정위원이 10명으로 법률에서 정한 ‘11명 이상 21명 이내’가 아니라는 점, 주민 대표에 마포구민들이 포함되지 않은 점 등도 위법 사유라고 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선정위 구성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으니 위원회가 선정한 후보지 또한 무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서울시는 마포구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시는 “강동구 시의원은 회의에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정원 위반’ 지적을 두고선 “개정된 폐기물시설촉진법이 시행된 2020년 12월 10일 이전인 12월 4일 위원회를 구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 대표에 마포구민이 포함되지 않았던 이유로는 “특정 자치구라는 기준을 두지 않고 주민 대표를 뽑았다”고 설명했다. 소각장 입지선정위원장을 맡은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특정 구를 염두에 두지 않고 합리적 평가 기준에 따라 후보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 소각장 신설은 필요… 주민 소통이 관건
전문가들은 효율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선 소각장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매립은 소각보다 넓은 땅이 필요한 데다 악취와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소각을 통해 폐기물 부피를 줄여야 최대한 매립지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며 “여러 구의 쓰레기를 소각할 수 있도록 광역화하는 것이 보다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또 “왜 남의 동네 쓰레기를 태워야 하느냐는 논리라면 모든 구마다 소각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건데 이는 비현실적인 논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포구의 소각장 설치 반대를 무조건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마포구에 새 소각장이 생기면 기존 소각장이 철거되는 2035년까지 서울 쓰레기의 절반 이상인 하루 1750t의 쓰레기를 마포구가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또 주민들은 하루 1000t 규모의 쓰레기를 추가로 처리할 때 주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서울시가 두 개의 소각장을 동시에 운영했을 때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5년 하루 750t 용량의 현 마포구 소각장을 철거한 뒤 대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주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현재 매립하는 생활쓰레기를 모두 소각하려면 하루 1000t 용량을 증설해야 하지만 기존 소각장을 철거할 경우 신규 소각장 설치로 늘어나는 용량이 250t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강남 노원 양천 등 기존 시설을 현대화해 추가로 750t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현실적으로 다른 자치구들도 용량 증설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 수도권 지자체 25곳 소각장 확충 필요
서울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지역 갈등을 우려해 마포구 외 다른 4개 후보지의 점수는 A∼D로 익명 처리한 채 공개했다. 입지선정위 회의록에서도 세부 배점 기준을 어떻게 조정했는지 등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는 18일 주민설명회를 갖고 입지 선정 과정을 보다 자세히 설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마포구 주민들은 ‘마포 소각장 백지화 투쟁 본부’를 중심으로 지난달 26일부터 매일 아침 오 시장의 자택 인근에서 시위를 진행하는 등 반대가 완강하다.
소각장 신·증설로 인한 갈등은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6년 직매립 금지를 앞두고 소각장 확충이 필요한 수도권 지자체는 25곳에 이른다. 이 중 소각장 일처리 용량이 발생량 대비 50t 이상 모자란 지자체는 10곳이다.
환경부는 올 7월 이들 지자체장에게 소각장 설치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26년 이전까지 부족한 소각장을 확충하지 않는 지자체는 다른 폐기물 처리시설을 설치할 때 국고 지원을 후순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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