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무가 푸틴에게 주는 충고[임용한의 전쟁사]〈235〉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25일 03시 00분


푸틴이 장기전으로 가려고 맘을 단단히 먹은 모양이다. 이 전쟁은 처음부터 3가지가 없었다. 승산, 효과적인 전략, 출구가 없었다. 그러니 푸틴으로서는 시간을 끌며 기적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전쟁이 장기전 체제로 돌입했다고 해서 장기간 지속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전쟁의 운명은 세 개의 기둥에 달렸다. 러시아의 군수 산업, 군대, 그리고 민심이다. 이 셋 중 하나가 부러지거나 연쇄반응이 나면 경제가 막히고, 푸틴의 권력도 위험해진다.

30만 명을 징집한다지만 러시아의 군수체제가 이 군대를 먹이고 입히고 무기와 탄약을 안정적으로 보급할 수 있을까? 훈련도 안 되고, 장교의 지도력은 형편없고, 싸울 의지도 약한 보충병들은 당장은 방어선에 밀어 넣을 수 있지만, 대규모 패전이나 포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쟁이 초반에는 러시아 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켰지만 전쟁과 경제, 가족의 상태가 나날이 하강하면 결국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전으로 가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의 발밑에 계속 화약을 쌓는 격이다. 손자병법 2권 작전 편에서 장기전의 위험을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 오래 지속되면 군대는 둔해지고 사기가 꺾인다. 성을 공격하면 아군의 전투력이 소진된다. 오랫동안 군대를 운용하면 국가의 재정이 부족해진다. 군대가 약해지고, 사기가 꺾이고 군대가 소진되면 재정이 파탄 난다. 내부 혹은 인접국에서 제후들이 이 틈을 타 일어나니 이런 상황이 되면 지혜로운 자라고 하더라도 후방의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

지금 푸틴과 러시아의 상황을 거짓말처럼 맞히고 있다. 지금이라도 푸틴이 손무의 충고를 경청한다면 전쟁을 중단하는 기적이 발생할까? 푸틴이 설마 이런 위험도 모르고 전쟁을 시작했을까? 독재자는 언제나 스스로 파멸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라와 국민, 이웃이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더욱이 이 전쟁의 끝은 러시아 국민에게 달렸다.

#푸틴#충고#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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