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 베어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봉제 곰 인형이다. 테디라는 이름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게서 유래했다. 1902년 사냥을 나간 루스벨트는 사냥꾼들이 곰을 잡아와 총을 쏘라 했지만 페어플레이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 일화를 신문 만평으로 본 상인이 자신의 가게에서 파는 곰 인형에 루스벨트의 애칭인 ‘테디’를 붙이면서 테디 베어가 탄생했다.
테디 베어는 지난 120년간 푸근하고 귀여운 외모로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뿐 아니라 만화, 동화, 소설,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었다. 노르웨이 미술가 프레드릭 라둠도 테디 베어로 작품을 만들었는데 키가 3m나 되는 거대한 청동 조각이다. 이 테디 베어는 2013년 오슬로 근교 키스테포스 조각공원 안에 설치되자마자 관람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한데 다정해 보이는 곰의 뒷면을 보면 ‘뜨악’ 하고 놀라게 된다. 곰 엉덩이 아래로 사람의 두 다리가 삐져나와 있기 때문이다. 곰한테 짓눌려 압사한 사람이다. 육중한 몸집의 테디는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자기 편한 곳에 앉아 버린 것이다. 누가 깔려죽든 말든 상관도 안 하고. 그저 눈앞에서 반기며 좋아해주는 이들만 보고 있다.
라둠은 이 테디에게 ‘쾌락 적응의 야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쾌락 적응’은 아무리 행복한 상태라도 금세 적응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는 심리를 말한다. 마약중독처럼 쾌락도 내성이 있어 점점 더 크고 센 쾌락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저 곰이 천진한 표정을 유지하며 계속 행복하기 위해선 더 많은 희생양을 필요로 할 것이다.
세상에 테디 베어는 이미 차고 넘치지만 세계 도처에서 여전히 생산되고 인기리에 팔려나간다. 작가는 테디 베어를 소비자본주의의 상징으로 표현한 듯하다. 더 큰 위안과 행복감을 얻기 위해 지속적인 소비를 부추기는. 그러면서 행복으로 위장된 소비주의의 이면을, 질식사 위기에 빠진 불행에 적응한 이들의 삶도 보라고 권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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