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시험이 몹시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사법시험, 외무고시, 공무원시험, 한국어능력시험 모두 어렵기로 소문났다. 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에 합격하는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더 높으니 말이다. 영국은 시험이 꽤 쉬운 편이다. 아주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필자도 영국에서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얼마나 쉬웠으면 나까지 합격했을지 스스로도 생각한다. 영국의 학교 시험도 한국보다 쉬워서 한국에서 공부하던 학생이 영국으로 전학을 가게 되면 수학이나 과학 관련 과목들은 별 고생 안 하고 높은 점수를 유지할 수 있는 편이다.
그런데 딱 하나 예외가 있다. 바로 자동차 운전면허 시험이 그렇다. 한국의 운전면허 시험은 정말 쉽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 영국은 운전면허 시험이 정말 어렵다고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사는 몇몇 영국인들은 운전면허 시험을 굳이 한국에서 보기도 한다.
필자가 한국에서 운전을 한 지도 어언 15년이 지났다. 그것도 무사고 경력으로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운전을 할 때마다 아직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내가 아는 한국분들은 대부분 매우 친절하시고 똑똑하시고 배려심 많은 신사 숙녀분들이시다. 그런데, 외람된 말일지는 모르지만 운전하실 때는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으로 돌변하시는 것 같다.
영국과 한국의 도로 방향과 운전석 위치는 반대다. 필자는 조금이라도 빨리 한국에서의 운전에 적응해 보고자 교통사고 혹은 운전 요령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학습을 시작했다. 보통의 교통 관련 유튜브 채널들은 블랙박스 비디오를 통해 교통이나 사고에 대한 상황과 한국의 운전 법규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매우 유익하다. 물론 사고가 났을 때의 한국식 처리 방식이 모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었다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과 정반대로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더 많아 보이기까지 한다.
첫 번째 소개할 상황은 불법으로 분류되기가 애매하거니와 이런 행동을 일일이 신고하기도 번거로워서 더더욱 흔히 행해지는 일명 얌체족과 관련되어 있다. 세계의 다른 대도시들처럼 서울도 24시간 교통이 혼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이나 식당 혹은 편의점에 잠깐 들르겠다고 정차를 할 수 없는 도로변에 버젓이 깜빡이를 켜놓고 정차해 있는 차주들이 있다. 그들보다 더 심한 끼어들기 얌체족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두 번째는, 교통사고가 난 후 사고의 경중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들의 행태다. 설사 몸이 죽을 것같이 아파도 학교나 직장에 빠지지 않고 출근해서 책임감으로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민이 바로 한국인이다. 그런데 아주 경미한 사고가 나도 무조건 병원에 가서 2주 이상 입원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보통의 상황에서는 합리적으로 행동하실 수 있는 분들조차도 유독 교통사고가 나면 다른 운전자에게 지나친 보상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분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교통사고가 난 후 이에 대한 과실 책임을 따질 때의 방식이다. 예를 들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유유히 달리고 있던 택시기사가 손님을 태우기 위해 길가 쪽으로 갑자기 차선 변경을 하는 바람에 뒤에서 오던 차와 부딪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상식적으로는 이 택시기사에게 전적으로 사고의 책임이 있고 이에 따라 보험료 책정을 하는 것이 맞는 듯한데, 사건은 법정에 가서야 결론지어졌다고 한다. 이 택시기사 및 보험사가 뒤에 오던 차주도 차 간 거리를 유지하지 못한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고 우기는 바람에 그랬다고. 한국의 교통법 체계에서는 그런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비상식적으로 여겨진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음주운전 사고라든지, 교통사고의 책임과 형벌에 대한 판결이 내가 한국에서 운전을 시작한 15년 전보다 점점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교통 관련법과 제도가 더 진일보하길 바란다. 아울러 운전대만 잡으면 험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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