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의 빚 증가 속도가 세계 주요국 중 2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년 전보다 줄었는데도 여전히 부동의 1위다. 게다가 정부부채 증가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업·가계·정부 모든 경제주체가 부채에 짓눌려 가는 모습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35개 조사 대상 주요국 가운데 1위였다. 1년 전 105.2%보다 낮아졌지만 가계가 국가경제 크기보다 많은 빚을 진 나라는 한국뿐이다.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모두 7%를 넘어서면서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소비위축, 가계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IIF 조사에서 한국 비금융 기업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에 이어 35개국 중 4위지만 비율은 117.9%로 역시 GDP보다 많고, 1년 전보다 증가한 폭은 베트남에 이어 2위다. 기업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빚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어 새로 채권, 기업어음을 발행해 만기가 된 빚을 갚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가계, 기업 부채 문제 대응에는 재정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나라 곳간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말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54.1%로 사상 처음 비기축통화 선진 11개국 평균(53.5%)을 넘어서고, 5년 뒤 격차가 7.5%포인트로 벌어질 전망이다. 미국, 일본 등 기축통화국과 달리 비기축통화 선진국들은 국가신용도 등을 고려해 50% 안팎에서 부채비율을 관리하는데 한국만 급속히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나랏빚을 늘리지 않으면 실행할 수 없는 정책들을 내놓고 선심성 돈 풀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계, 기업 부채 해결 과정에서 수반될 고통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려면 정부부터 먼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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