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선제적’ 안전 대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장관은 그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인 것은 아니었다”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어제도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 원인이었는지 의문”이라고 거듭 말했다.
폭 3.2m의 좁은 비탈길에서 155명이 겹겹이 쌓여 압사한 최악의 참사였다. 코로나 거리 두기가 풀리고 첫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가 열리는 주말이라는 점, 심야 특정 시간대에 클럽이 밀집한 특정 장소로 인파가 몰린다는 점, 좁은 골목 위주의 지리적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런데도 안전 담당 책임 장관이 경찰이나 소방 인력 문제는 아니라고 먼저 선부터 긋고 있다. 국민의 참담한 심정과는 거리가 먼 무책임한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오죽하면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교통 대책이나 안전 통행 대책이 굉장히 소홀했다”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 “장관 발언 한마디 한마디가 논란을 빚는 것은 유감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겠나.
이 장관은 “핼러윈 인파가 예년 8만∼10만에서 올해 13만 명으로 30% 늘었고 경찰은 130여 명으로 40% 증원됐다”고 했다. 경찰 인력을 증원했으니 할 일은 했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자의적인 데다 더 본질적으론 단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장엔 경찰 137명이 배치됐다. 기동대도 없었고 대다수가 안전 확보나 현장 통제보다는 범죄 예방 및 불법 행위 단속을 위한 인원이었다. “뭔 일이 벌어지겠느냐”는 안일함 속에 현장 통제엔 손을 놓은 것이다.
10만 명이 찾은 최근 부산 BTS 공연의 사례를 보면 이번 핼러윈 축제에 대한 안전대책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알 수 있다. BTS 공연에는 경찰을 포함해 안전인력 2300여 명이 배치됐다. 핼러윈 축제는 주최 측이 없었던 만큼 극심한 밀집 상황에 대한 대비를 더욱 철저히 했어야 했다. 벌어질 일이 벌어진 게 아니다. 이 장관은 어제 오후 뒤늦게 “국민이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이다”라고 했다. 유감 표명이 아닌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주무 장관으로서 깊이 성찰하고, “매뉴얼” 운운할 게 아니라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발생했는지 철저히 따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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