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현수]떠들썩한 美 핼러윈 속 뼈아픈 전문가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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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총기보다 군중 관리 쉬운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美도 충격

김현수 뉴욕특파원
김현수 뉴욕특파원
미국 뉴욕에는 10월 31일 밤 핼러윈데이를 맞아 그리니치빌리지를 중심으로 약 200만 명이 몰려든다. 6번가와 스프링가가 만나는 지점, 길이 약 1.5마일(약 2.4km) 거리에 온갖 종류의 분장과 변장을 한 사람들이 나타난다. 20대는 일찌감치 가장(假裝)할 코스튬을 정해놓고 주말부터 파티를 시작한다.

뉴욕 명물이 된 빌리지 퍼레이드는 1973년 시작됐다. 지난 50년간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에는 트럭이 퍼레이드에 뛰어드는 테러로 8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퍼레이드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뉴욕경찰이 몇 개월 전부터 거의 모든 변수를 감안한 안전 계획을 짜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정된 공간에 인파가 몰리는 최대 이벤트는 단연 새해 전야 뉴욕 타임스스퀘어 카운트다운 행사다. 10만여 명이 그리 넓지 않은 광장에 운집하기에 군중 관리(Crowd Management)는 당연히 기본 매뉴얼에 들어가 있다. 타임스스퀘어 주변 건물 위에는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사태에 대비해 저격수, 총기 소지 사복 경찰, 폭탄 탐지견을 비롯해 모든 종류의 경찰력이 총동원된다.

물론 뉴욕의 전반적인 치안 수준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고질적인 총기 사고 우려에 테러 위협까지 상존하는 뉴욕은 안전 면에서 서울에 훨씬 뒤떨어진다. 특히 핼러윈은 미국 대도시 젊은이들의 파티 주간이라 범죄율이 치솟는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에도 뉴욕 브루클린에서 핼러윈 파티 중 총격이 벌어져 한 명이 사망했다. 아이들은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를 하며 받은 사탕을 잘못 먹고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다. 교통사고율도 높아진다.

평소 안전한 도시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는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며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총기 문제나 테러 대응에 비해 질서 통제는 조금만 세심하게 계획을 짠다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전문가들에게 이태원 참사 원인을 묻자 뼈아픈 대답이 돌아왔다.

“군중 관리는 다른 위험 대응보다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들고 예방 조치도 간단한데 왜 적절한 조치가 없었는지 의아하다.”

테러에 대비하려면 몇 개월 전부터 사전 정보를 입수하고 위험인물을 검문검색하며 총기 소지 여부를 탐지하는 등 막대한 자원을 쏟아야 한다. 반면 군중 관리는 동선 출입구 인파 관리만 해도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충격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워싱턴포스트 CNN방송 같은 미 주요 언론이 이태원 참사 취재에 더욱 집중하는 것 같다. 미 언론은 1면 머리기사로 이태원 참사를 다루면서 실시간 온라인으로 현장 상황을 중계하고 있다. NYT는 “사람들은 과학기술로 군중을 통제하는 도시가 어떻게 그렇게 비참하게 실패했는지 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자와 인터뷰한 전문가는 “이태원 핼러윈 축제가 올해 처음 생긴 것이냐”고 물었다. 매년 인파가 몰렸다면 왜 조치가 없었는지 더욱 의아하다는 얘기다. 10월 말이면 이태원에 젊은이들이 몰린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위험으로 여기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시나 구, 경찰은 위험을 인지했어야 하지만 아마도 “작년에도 아무 일 없었으니까” 하며 지나쳤을 것이다. 그 사이 비현실적인 일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특파원칼럼#핼러윈데이#군중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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