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될 중간선거[세계의 눈/토머스 허버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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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델라웨어주립대를 방문해 1인당 최대 2만 달러까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 주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 중간선거를 2주가량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버=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델라웨어주립대를 방문해 1인당 최대 2만 달러까지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 주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 중간선거를 2주가량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젊은층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버=AP 뉴시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먼저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인해 미국인들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한국에 있는 희생자 가족들과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8일은 미국 중간선거 날이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을 결정하는 선거는 아니지만 최근 미 선거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조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임기 중 남은 2년을 백악관에서 보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집권 민주당과 야당 공화당이 다양한 의제와 가치를 두고 극도의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중간선거 결과가 바이든 대통령이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미국을 이끄는 데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양당이 격렬하게 맞붙을 2024년 대선을 위한 무대를 열 것이다.

올해 중간선거는 그 규모부터 광범위하다. 상원 의원 100명 중 35명을 선출하며 하원 의원 435명 전원뿐 아니라 50개 주(州) 대부분이 새로운 주지사와 주 선출직을 뽑는다. 현재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가까스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투표율이 낮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을 때는 선거 결과가 여당의 패배로 귀결돼 왔다. 또 첫 임기 중 어려움을 겪기 십상인 신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 투표로도 작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40% 안팎을 맴돌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시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커지는 존재감 때문이다. 대선 부정 투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나 그는 공화당을 지배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서도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도전을 선택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맞설 민주당 대선 후보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중간선거에 출마한 많은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빅 라이(big lie)’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 선거의 신뢰성에 대한 잘못된 주장이 선거운동 전면에 부각되는 바람에 많은 이들은 이번 중간선거를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시험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한 의회 청문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한 법적 조사는 미 정치 제도 근간에 드리운 위험을 두드러지게 한다.

공화당은 현재 중간선거를 지배하고 있는 의제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고용은 호조세지만 경제성장률은 낮고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폭력 범죄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은 ‘범죄에 관대한 민주당’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위상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 반면에 민주당은 첨단 산업 분야의 일자리 증가, 사회 기반시설 확대를 위한 법안 통과를 성과로 내걸고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다시 의회를 장악하면 경제적 어려움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 유리한 의제는 낙태다. 낙태 의제는 미 정치에서 독특한 중요성을 보유한 사안이다. 최근 보수 진영이 장악한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판례를 뒤집은 것은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광범위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이번 중간선거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재경쟁 구도가 됐을지 모르지만 각 지역의 선거 결과는 해당 지역의 의제로 결정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여전히 많은 지역구는 우세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합 지역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근소한 차로 다수당 위치를 유지하는 데 희망을 걸고 있지만 공화당은 하원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간선거에서 외교 정책은 큰 쟁점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은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시험대#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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