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112 신고센터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사고 대처 책임의 추궁이 112 신고센터와 일선 경찰서 및 파출소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어제는 늦장 보고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사고 발생 시각에서 1시간 21분이 지난 밤 11시 36분이 돼서야 보고를 받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약 2시간이 지난 0시 14분에 첫 보고를 받았다. 중앙재난안전상황실 문자로 사고 사실이 전파된 것은 밤 11시 19분으로 그로부터도 각각 17분, 55분이 지나서다.
경찰청은 어제 이 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이 서장이 사고 직후부터 현장에 있었다고 한 만큼 보고가 지연된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사고 당일 이태원파출소에는 약 20명이 근무했지만 밀려드는 신고 처리에도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고 기동대 지원 요청도 거절당했다고 한다. 현장에서부터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하지만 책임을 아래로만 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신고에 대한 부실 대처와 늦장 보고는 이번 사고의 반쪽 측면일 뿐이다. 사고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조차도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워 효과적인 구호를 하지 못한 사실은 사전에 인파를 예측하고 필요한 규모의 경찰력을 배치해 통제하는 예방 계획이 그 못지않게 중요했음을 보여준다. 사고 3일 전부터 일선에서 압사 사고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지휘부를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윤 청장이 감찰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 윤 청장이 지휘하는 경찰청은 사고 이틀 뒤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을 파악한 보고서를 만들어 관계기관에 배포하는 등 사찰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했다. 윤 청장부터 감찰 대상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져 서울청 등 7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도 이뤄지고 있다. 일선의 잘못은 그것대로 조사하되 지휘부에 대한 조사가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 대처의 책임이 일선에 전가될 우려가 있다. 156명의 희생자가 나온 엄중한 사안인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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