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는 신화에 빗댄 관능적인 여성 누드화나 화려한 황금색 그림으로 유명하다. 회색 바탕 위에 그려진 ‘죽음과 삶’은 그가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40대 후반에 그린 유화다. 가장 빛나던 시기에 클림트는 왜 갑자기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그린 걸까?
그림은 죽음과 삶의 모습을 대담한 구성으로 보여준다. 화면 오른쪽에는 화려한 꽃에 둘러싸인 엄마와 아기, 나이 든 여성, 사랑하는 연인 등이 얽히고설켜 있다. 태어나서 성장하고 사랑하고 늙어가는 삶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화면 왼쪽에는 죽음이 홀로 서 있다.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푸른 옷을 입고 붉은 곤봉을 든 해골은 마치 누굴 데려갈까 고민하는 저승사자처럼 보인다.
클림트가 이 그림을 처음 스케치한 건 1908년. 대형 캔버스에 유화로 옮겨 그린 건 2년 후다. 삶과 죽음은 클림트뿐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화두이기도 했다. 종말론 사상이 유행한 데다, 1908년 카를루스 1세 포르투갈 국왕과 그의 장남이 거리에서 암살된 데 이어, 이탈리아 메시나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8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개인적으로도 클림트는 30세 때 아버지와 남동생을 차례로 잃으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감을 늘 갖고 있었다.
이 그림은 1911년 로마 국제미술전에 출품돼 클림트에게 금메달을 안겨줬고, 이후 유럽 여러 도시에서 전시되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1915년 클림트는 돌연 그림을 완전히 수정했다. 원래 금색이던 배경을 지금처럼 짙은 회색으로 바꿨고 모자이크 문양도 추가했다. 정적이던 죽음의 모습도 활동적으로 수정했다. 아마도 타이태닉호 침몰 사고와 어머니의 사망으로 죽음의 기운을 더 가까이 느꼈기 때문인 듯하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화가는 죽음을 삶의 곁에 있는 존재로 여기기로 한 것 같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평온한 이유다. 이 그림이 완성되고 3년 후, 클림트 역시 부모가 있는 하늘로 먼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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