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압사…” 신고 줄 잇는데 자리 비운 112 책임자, 음식점 간 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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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은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총경과 서울경찰청 112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인 류미진 총경을 어제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이 총경은 현장 지휘를 소홀하게 했고, 류 총경은 112신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등 근무를 태만하게 한 사실이 감찰로 확인됐다고 한다. 모두 현장 상황을 경찰 지휘부에 늑장 보고해 재난에 대비할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했다.

이 총경은 지난달 29일 오후 8시 30분까지 대통령실 앞 집회 관리를 하다가 부하 직원들과 함께 음식점으로 가 식사를 했다. 당시는 “압사당할 것 같다”는 첫 112신고 전화가 접수된 후 2시간이 지난 때다. 이 총경은 참사 5분 뒤인 오후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했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즉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 1시간 뒤에야 첫 보고를 했다. 첫 112신고 후 5시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류 총경은 근무지를 장시간 이탈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관리관은 야간 상황에 서울경찰청장을 대리해 112신고의 접수와 대응을 총괄해야 한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서울청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경찰청 상황실에도 알려야 하는 게 임무인데도 상황실을 지키지 않았다. 그 사이 “압사”를 언급한 신고가 줄을 이었고, 경찰 지휘부에 대한 보고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류 총경은 오히려 서울청장보다도 참사 사실을 늦게 알았다.

구청의 대응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참사 이틀 전 대책회의에 불참하고, 야유회와 바자회에 참석했다. 구청은 상인단체의 안전사고 대책 요구를 묵살하고 안전요원을 현장에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112신고가 이어지던 시점에 두 차례나 참사 현장 인근의 상가 뒷길을 지나갔으면서도 아무런 안전조치나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민생 현장에 가까이 있는 경찰과 구청은 대형 재난 이상 징후가 있을 때 컨트롤타워에 신속하게 보고를 하거나 협조 요청을 해 필요한 조치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사전 징후나 경고를 무시하고, 사후 대응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문제점을 밝혀내서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태원 참사#용산경찰서장 이임재 총경#112종합상황실 상황관리관 류미진 총경#직무유기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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