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이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3.75∼4.0%로 높아졌다. 7월 한국을 처음 역전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격차도 1%포인트로 벌어졌다. 이 차이가 커질수록 원-달러 환율은 높아지고,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한은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어제 “금리 속도 조절 시점이 이르면 (12월 열릴) 다음 회의가 될 것”이라면서도 “인상 중단 고려는 너무 이르다. 최종 금리는 이전 예상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12월 인상 폭을 0.5%포인트 ‘빅스텝’으로 줄이겠지만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예고다.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의 최고점도 당초 시장 예상치보다 높아진 5%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크게 앞서감에 따라 이달 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한은이 3.0%인 기준금리를 높여도 미 연준이 12월에 또 금리를 올리면 1%포인트 차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환율이 오르면 원유, 원자재 수입 부담이 가중되고 무역수지도 더 악화될 것이다. 급등한 수입에너지 가격과 그로 인한 공공요금 인상은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5.7% 오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6개월 연속 5%를 웃돈 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을 통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그런데도 벌써부터 정부, 정치권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한은의 금리 인상은) 가학적”이라고 비판하고, 금융위원장이 “그런 생각을 많은 분이 하고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레고랜드 사태로 얼어붙은 자본시장 문제 해결에 한은이 돈을 푸는 등 최근에는 한은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까지 흔들리고 있다.
기준금리의 계속되는 인상은 경기침체와 가계 이자부담 증가,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부, 여당에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긴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자본시장이 개방된 나라가 성급히 금리 인상을 멈추고 금리 역전을 방치하다간 외환위기, 국가신인도 하락 같은 퍼펙트 스톰을 맞을 수 있다. 한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인플레 억제와 과도한 환율 상승 방어에만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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