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어지럼증이 함께 밀려온다면[이상곤의 실록한의학]〈128〉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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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경종이 이복동생인 영조를 왕세제로 책봉한 것은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건 중 하나다. 경종의 어머니는 희빈 장씨(장희빈)로 중전 자리에 오른 인물이었지만, 영조의 어머니는 무수리 출신 숙빈 최씨로 천한 신분이었다. 게다가 장희빈이 인현왕후를 상대로 저주의 굿판을 벌인 사실을 숙종에게 고자질해 죽게 만든 인물 또한 바로 숙빈 최씨였다.

영조가 세제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야심한 시각인 2경에 김창집을 비롯한 노론들이 임금을 찾아가 영조를 세제로 책봉할 것을 압박했다. 즉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임금(경종)에게 세제 책봉을 강제한 것. 이들 노론 대신은 이후 신임사화에서 처형당했다. 왕세제가 된 영조는 아침마다 경종에게 청휘문을 열고 문안 인사를 했다. 당시 실세 환관이자 문고리 권력이었던 박상검은 청휘문을 폐쇄하며 왕세제를 겁박했다. 그때 영조가 할 수 있는 일은 세제 자리를 면하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만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경종은 생모 장희빈이 자결로 생을 마감한 이후 감당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로 인해 생긴 간질과 말더듬 증상 때문에 신하들과의 소통조차 원만하지 않을 정도였다. 영조 또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만성적으로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천한 무수리의 아들이라는 태생적 열등감이 삶을 짓누르는 상태에서 영조는 자신을 세제에 올린 노론 사대신의 죽음을 직접 지켜봐야 했다. 경종 2년 4월 18일, 노론 사대신에 대한 형벌이 정해진 바로 그날, 영조는 어지럼증으로 첫 처방을 받았다.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이후 그는 150회에 걸쳐 똑같은 처방을 받으며 어지럼증 치료를 계속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의 증상은 아주 다양하다. 놀이기구를 탈 때나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 갑자기 일어날 때, 배가 고프면서 머리가 텅 빈 듯할 때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생리적 어지럼증에 가깝다. 하지만 심하게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 병리적 어지럼증이 많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면 뇌의 이상에서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한평생 지속됐던 영조의 어지럼증은 오전보다 오후에 심하고 소화불량과 메슥거림이 동반됐으며 사지에 힘이 없고 피로한 증상을 보였다. 이런 어지럼증은 소화기의 이상으로 발생한 것으로, 어의들이 영조에게 내린 처방은 ‘자음건비탕’이었다. 이 처방의 핵심은 ‘임사불녕(臨事不寧)’을 다스리는 것이었다. 항상 불안해하는 영조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처방이었다.

어지럼증의 치료에는 경혈 마사지도 도움을 줄 수 있다. 4, 5번째 발가락 사이의 협계혈을 누르거나, 2번째 발가락 끝에 있는 여태혈을 눌러주면 증상 완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머리를 움직일 때 어지러운 증상은 목의 측면 근육인 흉쇄유돌근을 만져주거나 뜨거운 수건으로 마사지를 해주면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영조#불안#어지럼증#자음건비탕#경혈 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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