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이 그제 워싱턴에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를 갖고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의 도발 징후가 있을 경우 한미가 협의해 적시에 미국의 전략폭격기나 핵추진 잠수함 등을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사실상 상시 배치에 준하는 효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도 매년 실시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전술핵을 직접 배치하지는 않되 확장억제 협력체계를 촘촘히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동성명에는 특히 ‘정보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기획, 공동실행’이 명시됐다. 전술핵 재배치만 빼고 ‘나토(NATO)와의 핵 공유’ 협의 방식을 원용해 ‘한국형 확장억제’를 구체화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전히 갖추게 되면 미국이 본토 위험을 감수하고 한국을 지원하겠느냐는 ‘안보 디커플링’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전술핵 재배치를 지지하는 쪽에서 보면 미흡한 수준일 수 있지만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확장억제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대만 위협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의 틈새를 노리고 핵능력 고도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핵무기를 선제공격에 쓸 수 있다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고, 다양한 전술핵 탑재 수단을 발사하며 한국을 위협했다. 최근엔 ICBM까지 시험 발사했다. 한미 동맹에 균열을 내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을 받겠다는 계산일지 모르나 그릇된 판단이다.
북한은 어제도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연장 실시되는 가운데 전술조치선 인근으로 군용기 100여 대를 띄워 무력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 미국 전략자산 전개를 위한 한국 발언권도 제도화됐다. 김정은은 이쯤에서 무모한 핵게임을 멈출 때다. 한미도 전략자산 적시 전개의 실행력으로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