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으로 시작됐던 한 주가 마무리돼 간다. 오늘이면 7일간의 국민애도기간도 끝난다. 하지만 충격과 슬픔, 무기력감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14개국 26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156명의 젊은이가 숨지고 151명이 다친 참사의 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재난을 막기 위한 예방과 대응 체계의 부실함이 참담하고, 사후 수습 과정도 미덥지 않다. 실망스럽기만 하다.
특히 감찰과 수사가 시작되자마자 드러나는 경찰 지휘부의 안이한 대처와 기강 해이는 언제 유사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이다.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 10시 15분 이전부터 일선 실무자들은 사고의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압사당하겠다”는 112 신고가 4시간 전부터 잇따르자 현장 담당 경찰관은 2시간 30분 전 “교통기동대라도 빨리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사건 현장에서 5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기동대가 있었지만 현장 투입은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다. 인파 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기동대만 제때 갔더라도 서울 한복판에서 깔려 죽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기동대 출동 지연은 경찰의 ‘지휘 공백’ 탓이 크다.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밤 9시 반경 상황을 보고받고도 현장에는 밤 11시 지나 도착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장의 늑장보고도 놓치는 바람에 다음 날 0시가 넘어서야 현장에 나타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다음 날 0시가 넘은 시각이다. 고향인 충북 청주 인근 제천에서 지인들과 등산을 한 뒤 술 마시고 자느라 보고 문자도 전화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장만 돼도 비상시 신속 대응이 어려운 산행은 자제한다. 임기 2년인 경찰청장이 고향 부근에서 지인들과 사적인 모임을 갖는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더구나 참사 당일엔 대규모 서울 도심 집회까지 예고돼 있었다. 이런 시기에 치안의 총책임자가 멀리 산행을 떠난 것도 모자라 술을 마시고 잠들어 비상 연락도 제때 되지 않았다.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를 맞아 정부가 안전사고의 위험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참사 사흘 전 이태원 상인단체는 경찰과 용산구와의 간담회에서 압사를 포함한 안전사고 대책을 요구했다. 용산서 일선 경찰들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보고했다. 경찰과 용산구가 이를 묵살한 경위와 현장 대응이 늦어진 이유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수사 대상엔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땅에 떨어진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강도 높은 쇄신책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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