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위험, 소득파악 없이 관리 못한다 [동아시론/이정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5일 03시 00분


가계부채 1900조원 육박, 한 해 GDP 수준
경제위기 빨간불에도 위험성 분석은 미흡
소득자료 확보 후 부채 리스크 관리해야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부교수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부교수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올릴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강화 기조에 따라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최초로 두 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러한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한국 기준금리 역시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의 4∼4.5% 수준까지 도달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시장의 대출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의 강도와 그 지속 기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 9월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의 연말 대출 금리 상단이 8%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되자 연말 대출 금리 상단은 9%에 이르고, 내년에는 10%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돈을 빌린 차주 입장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차주와 기업 그리고 더 나아가 경제 전체에 문제를 수반한다. 기준 금리 상승은 변동 금리 산출에 기준이 되는 코픽스 금리를 상승시켜, 이자 상환 부담을 증가시킨다.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수록 개별 가구는 소비를 줄이고, 결국 시장 전체의 수요 감소를 유도한다. 이러한 수요 감소에 직면한 기업 중 일부는 결국 부도에 이르게 된다.

취약 차주들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금리가 인상될수록 취약 차주들은 대출 자체를 갚기 어려워지며 이에 따라 신용 불량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상환 불가 상태를 우려한 금융권이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면 이들은 결국 초고금리의 사채시장으로 밀려 나가게 된다. 또한 가계에서 대출을 갚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기 시작하면 일촉즉발의 위기에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 및 추가적인 부실은 금융시스템 붕괴, 나아가 경제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가계부채는 한 해 국내총생산과 비슷한 수준인 1900조 원에 육박했다. 특히 국내 가계부채는 변동 금리형 대출이 70∼80%를 차지하고 있어, 가계부채가 경제 위기를 촉발시키는 뇌관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계부채에 있어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높아 위험이 작다는 의견도 있지만,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영끌’해 주택을 구매한 청년층이나 코로나 기간에 어려움을 겪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

이처럼 가계부채의 위험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위험성 분석은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38만 가구 정도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역시 현재 시점에서 단편적인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에 의한 추산치다. 금리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점에는 경기 수축 강도별 시나리오에 따른 가구별 부채 부실 위험을 측정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같은 미시 건전성 분석이 절실하다.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해 현재 통계청에서 가구 부채와 근로소득, 부동산 보유 등을 기준으로 국민 전체의 가구 부채 수준 위험성 분석을 수행하고 있으며, 필자 역시 연구원으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과 유관 기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관 간 협조의 어려움, 짧은 표본 기간 등으로 인해 분석 수행에 어려움이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종합소득 관련 자료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비중이 높은 국내 자산 구조상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여타 금융자산으로 인한 소득 자료가 확보돼야 개별 가구의 정확한 소득 흐름을 알 수 있으며, 가구별 부채 위험성의 측정이 가능하다. 종합소득 자료가 있는 국세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경우 지나친 기업부채 중심이 위기를 촉발했다. 반면 2022년 지금은 정부부채, 기업부채, 가계부채가 모두 급증하여 어느 한 부문의 위험이 신용 위험 전이를 통해 급격한 경기 수축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적극적인 미시 건전성 분석을 통한 가구 부채 위험 분석과 그 결과에 따른 통화정책 운영이 중요하다. 가계부채 위험이 지나치다고 판단되면, 신용회복 정책 등 선제적인 가구 부채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가계부채#gdp수준#소득자료 확인#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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