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이은 은폐·회유·책임회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0시 00분


뉴스1
이태원 참사 후 부실 대응에 대한 흔적을 삭제하거나 은폐한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은 인파 집중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정보과 소속 경찰들의 사전 보고서 여러 건을 참사 후 삭제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상부에 보고되지도 않고 묵살됐다.

용산경찰서가 참사 이후 처음 작성한 상황보고서에는 용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이 참사 5분 뒤인 지난달 29일 오후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허위 기재됐다. 이 총경의 실제 도착 시간은 오후 11시가 지나서다. 현장 인근의 CCTV에서는 이 총경이 뒷짐을 지고 느긋하게 이동하는 모습까지 확인됐다.

늑장 대응 사실을 감추고 흐리는 것은 일선 경찰의 문제만은 아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감찰과 수사를 하겠다고 했다. 부하들의 책임 소재를 준엄하게 가리겠다는 것인데, 정작 본인은 참사 당일 캠핑장에서 술을 마시고 자다가 첫 참사 발생 보고조차 놓쳤다.

용산구청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참사 발생 전 현장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곳을 두 차례 방문한 동선을 현장 점검인 것처럼 먼저 공개했다. 그런데 먼저 방문한 것은 고향으로 출장을 다녀온 뒤 귀가한 시점이었고, 방문 장소가 모두 집 근처라는 점에서 현장 점검을 한 게 맞느냐는 의혹만 키웠다. 방문 직후엔 구청 직원이 아닌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된다. 신경 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고 한 박 구청장은 어떤 방식으로 신경을 쓰고 안전 조치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소방청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 첫 119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지만 3분 전에 “숨이 막힌다”는 신고가 있었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참사와 관련된 진실을 감추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대상이 누구든 철저히 수사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참사와 관련된 행적을 흐리는 것도 비상한 시기에 공직자가 결코 해선 안 될 행동이다.
#이태원 참사#부실 대응#은폐#회유#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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