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내가 만난 名문장/김남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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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형 미디어 아티스트
김남형 미디어 아티스트
“아저씨, 왜 그렇게 열심히 돌을 두드리세요?”(한 소녀)

“저 바위는 그냥 돌덩어리가 아니란다. 저 바위 안에는 천사가 들어 있어. 지금 잠자는 천사를 깨우는 중이야.”(미켈란젤로)―크리스 와이드너 ‘피렌체 특강’ 중


‘피렌체 특강’은 16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한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걸작을 탄생시킨 과정을 설명한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꼬마의 질문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대답은 일견 지나치게 순진해 보인다. 하지만 현대인도 무릎을 치게 할 만한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그냥 바윗덩이라며 지나칠 수 있는 물체에서 미켈란젤로는 다른 것을 보았다. 바위 안에서 잠자는 천사를 깨워내 자유롭게 하기 위해, 천사가 아닌 부분만 떼어내기로 한 것이다. 윤기 흐르는 천사의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반복을 통하여 다듬었다. 평생 돌가루를 흡입하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이것은 가히 숭고미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조각가이기 이전에 특별한 통찰력의 소유자였다.

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서 예술가로 살아가는 걸까? 단순하고 당연하지만 쉽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수년 전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공간에서 돌로 된 남성의 나체를 가슴으로 마주했다. 그때의 주체할 수 없는 설렘을 기억한다. 높이 5m 가까이 되는 대리석 육체.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크리에이터’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이다.

미켈란젤로는 바위에서 천사를 보았듯 다비드도 보았던 것이다. 그는 세상만사를 남들과 다른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 신선한 의미를 부여한 후 참신성이 있는 결과물을 산출해 냈다. 또 한 번 자문한다.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쩌면 죽기 전까지 계속될 나의 질문에 대해 미켈란젤로는 책장 속에서, 그리고 피렌체의 미술관에서 선뜻 정답을 건네주었다.

#보이지 않는 것#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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