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저녁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전북 익산으로 가던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객차 5량을 포함해 6량이 선로를 이탈하는 바람에 승객 279명 가운데 34명이 경상을 입었다.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기차가 흔들리고 의자가 제멋대로 돌다가 정전까지 되면서 대형 참사가 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열차 탈선은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 쉬운 중대한 사고인데 올해 들어서만 10건 넘게 발생했다. 올해 7월에는 승객 380명을 태우고 서울로 향하던 SRT 열차가 궤도를 이탈했다. 1월에는 부산행 KTX 산천열차가 바퀴 파손으로 선로를 벗어났다. 모두 큰 피해는 없었지만 시속 200∼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탈선은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이에 국토교통부가 이달 3일 철도 안전 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3일 만에 다시 아찔한 탈선 사고가 났다.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철도만이 아니다. 경북 봉화군 광산에서 매몰된 광부 2명이 살아 돌아온 ‘봉화의 기적’ 뒤에는 채굴업체의 허술한 안전 대책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8월에도 같은 갱도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다쳤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이번 매몰 사고를 일으킨 광물찌꺼기의 출처로 의심되는 갱도 인근 폐갱도에 광물찌꺼기를 채워 넣지 말라는 안전명령을 내렸다. 안전명령과 선행 사고에도 같은 사고를 막지 못한 이유는 뭔가.
코로나로 막혀 있던 하늘길이 열리자 여객기 결함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3일 필리핀 세부에서는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착륙했다. 일주일 후엔 호주 시드니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엔진 이상으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최근 4개월간 이 같은 사고가 4건이나 된다. 큰 인명 피해가 없어 조용히 넘어갔을 뿐이다.
큰 재해가 닥치기 전 같은 원인으로 작은 재해가 29번, 사소한 사고가 300번 일어난다는 ‘하인리히의 법칙’이 있다. 대형 참사는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경미한 사고를 무시하고 예방을 게을리하다 발생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도 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수차례 있었다. 땅 위와 땅 밑, 하늘길에서 크고 작은 사고들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점검하라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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