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합격 의미와 과제
軍 “미래연합사 창설 가속도”… 尹 정부 “전환시기 신중히 결정”
美측은 조기 전환 난색 표해… 한국군이 지휘 역량 갖춰도
전력-안보 여건 미비땐 먼길… “韓美동맹 강화 방향 추진하되
양국 비전-전략 공유 선행을”
《한미 국방장관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한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래연합사령부의 2단계(FOC·완전운용능력) 평가 결과를 승인하면서 3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작업이 재개됐다. 미래연합사는 전작권 전환 후 현 한미연합사령부를 대체하는 전쟁 수행 기구로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아 주도하게 된다.
이번 승인 결과를 두고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 지휘체제 구축에 한발 더 다가선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사상 첫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미사일 도발 등 핵무력을 앞세운 북한의 고강도 연쇄 도발과 날로 첨예해지는 미중 대결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전작권 전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韓 주도 미래연합사 가속도 붙었지만…
한미 양국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6월 미래연합사를 3단계(2019∼2021년)에 걸쳐서 평가·검증하는 절차에 합의했다. 매년 상·하반기 연합훈련 기간에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아 대북 전면전 등 전구(戰區) 연합작전을 잘 지휘할 수 있는지를 공동으로 평가하고 검증하기로 한 것. 한미가 사전 합의한 73개 과제(체크 리스트)를 단계별로 나눠 평가한 뒤 기준이 충족되는 것으로 검증이 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군 관계자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평가·검증해야 할 과제 수가 늘어나고, 충족 기준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2019년 하반기 연합연습에서 진행한 1단계(IOC·기본운용능력) 검증이 ‘합격’ 판정을 받으면서 미래연합사 창설 작업이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2022년 5월) 2단계와 3단계(FMC·완전임무수행능력) 검증을 모두 끝내고 전작권을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합훈련이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검증 작업은 올스톱됐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까지 검증 작업을 재촉했지만 미국은 한국군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급기야 조건을 바꿔서라도 조기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한국과 조건이 완벽히 충족돼야 한다는 미국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전작권 갈등’은 더 첨예해졌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특정 시한’을 정해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이면 양국 군과 국민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1단계 통과 뒤 3년 넘게 멈춰섰던 평가·검증 작업은 올 하반기 연합훈련(UFS)에서 비로소 재개됐다.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대장)이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대장)과 역할을 바꿔 훈련을 지휘했고, 한미 평가팀은 49개 전 과제에 대해 ‘충족’ 판정을 내렸다. 군 당국자는 “2단계 평가 결과가 SCM에서 승인되면서 한국군 주도의 미래연합사 창설 작업이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 美 “빨라야 2028년경”, 北 핵고도화 대응 등 선결과제 첩첩산중
향후 한미가 SCM에서 승인된 2단계 평가 결과를 공동 검증해 합격 판정을 하면 전작권 전환의 ‘디데이’ 격인 목표 연도를 논의할 수 있게 된다. 목표 연도를 정한 뒤 그 직전 해에 마지막 3단계 검증까지 통과되면 전작권 전환이 완료되는 수순이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의 ‘3대 조건’을 이른 시기에 완비하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3대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한국군의 군사 능력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군 소식통은 “미래연합사 검증 작업은 3대 조건의 충족 수준까지 고려해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국군이 연합군을 이끌 수 있는 지휘 역량을 갖췄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전력(무기체계) 보강과 안보 여건이 미비하면 전작권 전환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특히 전술핵과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이 급속하게 고도화되면서 한국군이 대응태세를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예산이 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찰위성과 장거리 지대공요격무기(L-SAM) 등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은 2020년대 중후반에 전력화 및 완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 미달 등으로 개발 및 실전 배치 일정이 더 늦어질 개연성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기준으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의 대응 능력에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전환 시기를 훨씬 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도 한국이 단기간에 모든 조건을 갖추기 힘들다는 시각이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12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필요한 모든 역량을 획득하려면 많은 시간과 예산이 든다”며 “아마 2028년쯤 가능할 걸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캐머라 현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해 말 한미동맹재단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기존에 수립된 계획을) 조정하면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와 한반도 안보 정세 등을 고려해 기존의 전환 계획을 수정하거나 전환 일정이 더 늦어질 여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대결 격화 등 긴박한 주변 안보 상황도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군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일방적인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 맞서 동맹국과 군사 공조 강화에 주력하는 미국으로선 전작권 전환이 자칫 대중 견제 전략의 균열이나 동맹 불협화음을 초래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군사안보 도외시한 ‘안보 포퓰리즘’ 경계해야
군 안팎에선 세계 6위의 군사력과 11위 경제력까지 갖춘 한국이 전작권 전환을 마냥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작권이 전환돼야 한국군이 보다 책임감을 갖고 대북 방어 전략전술을 발전시키고 연합작전을 주도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전작권 전환은 정치·이념적 대결 이슈로 다뤄져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진보 정권에선 전작권을 미국에 넘겨준 ‘군사주권’으로 규정하고, 조속한 전환을 밀어붙이면서 크고 작은 동맹 갈등을 초래했다. 일부 진보 성향의 관료와 전문가들은 전작권을 가져와야 자주국방이 실현되고 북한과도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작권 전환은 군사안보적 요소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한국이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한미동맹을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발전시켜 갈 것인지에 대해 양국 간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검토하는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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