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에서 정말 중요한 것[2030세상/김소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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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지금 원고를 쓰고 있는 곳은 배경 음악이 꺼진 카페다. 이곳은 음악을 틀어 두는 매뉴얼까지 있는 회사다. 그런 만큼 음악이 없으니 평소와 분위기도 달랐다. 이유가 궁금해 직원께 여쭸다. 애도기간 방침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태원 참사 후 멈춘 건 배경 음악뿐만이 아니다. 각종 분야의 일정 대부분이 중지되었다. 국가가 정한 애도기간이 끝나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많은 사람들처럼 쉽지 않은 한 주를 보냈다. 심정적으로뿐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까다로웠다. 내 직업인 마케팅 업무는 소비자와 브랜드의 메시지로 소통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계획된 마케팅 활동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 꼭 전해야 할 말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모두 함께 슬픔을 나눠야 할 시기인 만큼 관련된 모두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일했다.

많은 기업들도 이 상황에 조심스럽게 대처하고 있다. 참사 직후 대부분 기업은 핼러윈과 관련된 모든 판촉 게시물을 지웠다. 공들여 만든 제품들을 전량 폐기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크리스마스까지의 모든 이벤트를 취소한 경우도 있고, 행사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한 회사들도 있다. 어떤 기업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의 기업 로고를 검은색으로 교체하기도 했다. 남 일이 아니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른 브랜드들의 대응을 바라보았다.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문구도 많았다. 마케팅이나 홍보 메시지를 발신하는 사람들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표현을 최대한 피한다. 그 논쟁이나 표현에 동의하는가 동의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전하는 의도가 곡해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메시지는 규모를 막론하고 각 기업의 관련 실무 담당자들에게 아주 어려운 과제였다. 단어에 대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쟁이 되는 단어들을 모두 지우면 쓸 수 있는 말은 ‘애도’밖에 없다. 사실 그것이 전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일 테다. 그래서인지 며칠 전 A사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아주 간결한 메시지를 게시했다. 이 문구에 수백 개의 부정 의견이 따라붙었다. ‘성의가 없다’ ‘이상한 애도다’부터 ‘담당자가 비겁하다’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리다가 ‘누구 눈치를 보고 이렇게 올렸냐’는 댓글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경험상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본다. 한숨이 나왔다.

몇 년 전 상을 당했다. 상주인 내가 젊어서 조문객들도 대부분 20, 30대였다. 다들 국화를 놓아야 할지, 향을 피워야 할지,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지 우왕좌왕했다. 막상 당사자인 나는 애도의 방식을 신경 쓰지 않았다. 조문객들이 전해주는 위로 자체가 소중했다. 이번 주의 업무를 보며 그때 생각이 났다. 이런 비극이 일어난 이유를 확인해 앞으로의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함께 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SNS에 누가 무슨 단어를 썼는지, 무슨 색 사진을 올렸는지, 음악을 껐는지 끄지 않았는지는 그다음 문제라고 생각한다.

#애도#방식#논쟁의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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