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점이던 1960년대 고도성장과 함께 다양한 재난이 발생했다. 소방의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지역 행사로 열리던 ‘소방의 날’(11월 9일)은 1963년부터 전국 행사로 격상됐다. 소방청은 햇수로 60돌을 맞은 올해 소방의 날을 그 어느 해보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는 많은 인명 피해를 내며 국민 모두에게 비통함을 안겼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명복과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 아울러 유가족분들께는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한 분이라도 더 구하지 못한 안타까움과 송구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고개 숙이고자 한다.
소방의 날이 60주년을 맞았지만 소방청은 국가 기념식을 취소하고 국민과 함께 슬픔을 나누기로 했다.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에 대한 통렬한 성찰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약속드린다.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교한 매뉴얼과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는 차원을 넘어, 예측 불허인 현대 재난의 불확실성이 초래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재난 대응도 관성적 대처를 넘어 유연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소방은 ‘소방의 날’ 제정 후 국민 안전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재난 대응 임무를 수행해왔다. 세월의 무게감과 함께 위상도 높아졌다. 현재 소방은 육상 재난을 대응하는 총괄 기관으로서 각종 재난 현장에서 구조와 구급 활동을 벌이고 있고, 하늘(소방항공대)과 바다(소방정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가 재난에 시도를 초월한 총력 대응 시스템 가동이 가능해졌다. 현장 맞춤형 소방 장비 확보와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로 선진 재난 대응체계도 구축했다. 인공지능(AI) 활용과 빅데이터 분석 등 재난의 사전 예측 기능도 고도화했다.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도 구축해 대형 재난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했다. 전국 10만여 의용소방대원 또한 재난 현장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소방의 재난 대응 역량은 60년 전 오늘, 소방의 날을 처음 기념하던 그때와 사뭇 다르게 높아졌다. 변하지 않은 것은 소방관의 사명과 생명에 대한 존엄뿐이다.
혁신과 변화의 노력은 소방 조직의 외적 성장을 가져왔지만 이에 걸맞은 인프라와 소방 서비스의 질적 향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교육훈련 체계를 정비해 소방관이 재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소방 정책과 제도 또한 혁신하여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이 소방을 더 신뢰하기 위해 조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청렴한 공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혁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소방청은 국민의 일상을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 더 믿을 만한 국가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도록 연대와 협력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겠다. 그것이 곧 60번째 소방의 날을 맞는 우리가 새겨야 할 각오와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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