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하기 위해 오늘 출국한다.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9월 유엔총회 참석에 이은 세 번째 해외 순방이자 다자외교 무대 참석이다. 윤 대통령은 4박 6일의 순방 동안 한미일,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주요 정상과의 다자·양자 간 만남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아세안과 G20 정상회의는 신냉전 대결 속에서도 진영 갈등과는 거리를 두면서 그 나름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완충지대에서 열리는 다자 정상외교 무대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동맹 강화와 자유진영 연대에 치중해온 윤 대통령에겐 외교적 지평을 새롭게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이 부딪치는 각축장이면서도 그 충돌을 완화하려는 외교 현장에서 정상 간 교류의 폭을 넓히는 것만도 귀중한 경험이다.
더욱이 아세안은 우리나라에도 중국 미국에 이은 주요 교역·투자 대상이다. 미중 경제의 분리가 가속화할수록 그간 우리가 의존해온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서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윤 대통령은 자유·평화·번영에 기초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한국 외교가 한반도와 주변 4강을 넘어 넓게 확장할 수 있는 실질적 구상이 담기길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사흘 일정 중 이틀만 참석한 뒤 귀국한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애도 분위기를 감안한 결정이라지만 외교 일정까지 단축해야 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나아가 ‘외교 관련 왜곡·편파 보도’를 이유로 MBC 취재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함으로써 언론과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국민적 지지와 성원이라는 외교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린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 속에서 국익을 실현하는 외교, 특히 대통령의 정상외교만큼은 국내정치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국제질서가 급변하는 가운데 북핵과 경제 복합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불필요한 논란과 시비는 우리 외교를 표류하게 만들 뿐이다. 이번 순방 외교가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그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찾아 국격(國格)을 드높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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