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 장관은 이어 “그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이 먼저라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참사의 예방과 대응에 책임이 큰 주무 장관이라면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도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로 모두 157명이 목숨을 잃고 수많은 유족과 생존자들이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을 총괄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다. 죄인 된 심정으로 사표를 낸다고 해도 부족한 마당에 어떻게 “폼 나게” 운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응답이 70%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 장관을 포함해 고위직에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공직자가 전혀 없다. 경찰 수사도 참사 현장에서 애타게 구조 활동을 지휘한 용산소방서장 등 현장 책임자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용산경찰서 정보계장과 서울시 안전지원과장이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잘못된 언행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 추락시킬 뿐이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경찰과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 원인이었는지 의문”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불렀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자신의 지휘 책임에 대해선 제대로 된 언급조차 없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반성이 있었다면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장관이 지금까지 보여준 언행은 투명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참사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이 장관 발언 하나하나가 리스크”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있어서 어떤 것이 주무 장관으로서 바람직한 태도인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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