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그제 국회에서 “경찰청은 별도의 청으로 나가 있는데, 남의 살림까지 제가 챙길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따른 용산경찰서의 업무 부담이 커져서 인력이나 예산을 장관이 챙겨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렇게 답변한 것이다. 이 장관은 “따로 살림 나간 동생 집에 가서 뭐 하라 마라 할 순 없지 않나”라고도 했다. 마치 장관이 경찰 업무에 간섭할 수 없는 것처럼 거리를 둔 것이다.
이 장관의 발언은 경찰 통제를 위해 31년 만에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장관의 경찰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까지 만들던 4개월 전과 너무 대조적이다. 정부조직법상 경찰 관련 업무는 행안장관의 직무가 아니라는 야당 주장에 이 장관은 올 7월 국회에서 “경찰 업무 지휘를 청와대에서 음성적으로 해왔을 뿐 행안장관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반박했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 이후 이 장관은 국회에서 “경찰에 대한 지휘 감독 권한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찰도 문제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이던 이임재 총경은 그제 “그날 밤 단 한 건의 참사 관련 보고도 받지를 못했다.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경”이라고 했다. 약 1시간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 물었더니 “특별한 상황은 없다는 보고를 들었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 총경은 사전에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지만 두 차례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의 요청을 두 번씩이나 거절한 서울경찰청도 문제지만 기동대에 인파 관리를 맡기는 게 맞다고 판단했을 정도면 왜 참사 당일 이태원 상황을 미리 챙겨 보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행안부와 경찰의 지휘 보고 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피의자 신분이고,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집무실을 압수수색당하고도 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장관이나 경찰 지휘부가 내놓은 후속 조치나 진상조사 결과를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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