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을 준비하는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어제 간담회를 열어 현재 주 단위인 연장 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1개월∼1년으로 넓히는 주 52시간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의뢰를 받아 추진하는 일이어서 다음 달 연구회가 제안할 개편안은 상당 부분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회가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건 한국의 관련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1주일에 법정노동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1개월, 독일은 6개월이다. 주요국 중 한국처럼 주 단위로 초과 근무를 관리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 단위로 엄격히 관리되는 연장근로 때문에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일이 쏟아지는 대기업 연구개발(R&D) 조직, 게임 개발업체들은 근로시간 제약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시점이 늦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손해를 본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최근 일감이 몰리고 있는 조선업체, 계절성이 강한 에어컨업체 등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건설업체들은 해외현장 파견 직원까지 근로시간에 제약을 받는다. 현지인 직원들과 근무시간 차이 때문에 업무 공조에 문제가 생기고, 공사 기간까지 길어져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5인 이상∼3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부족한 수입을 연장근로 수당으로 충당하던 기능 인력이 대거 이탈해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화됐다.
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를 1개월 이상으로 바꾸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단위를 1개월로 늘릴 경우 하루 최장 근로시간은 11.5시간, 주 단위로는 69시간까지 늘어난다. 그 대신 휴일도 몰아서 쓸 수 있다. 노동계가 제기하는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는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 11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에 노동시간 개혁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면서도 기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해소할 만큼 과감하고 유연한 개혁안을 서둘러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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