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野 멋대로 감·증액, 與 준예산 으름장… 서로 무책임 경쟁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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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해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여야는 시작부터 혼탁한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야당이 정부 역점 사업 예산을 무차별 삭감하고 선심성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며 “또 다른 대선 불복”이라고 비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벌써부터 ‘준예산’ 운운한다며 “정략적 책임 떠넘기기”라고 맞섰다.

여야 간 예산 다툼은 매년 있는 일이지만 올해 특히나 여소야대 국회의 행정부 견제, 그것도 169석의 압도적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힘자랑이 두드러진다. 이태원 참사 책임 공방, 검찰의 대장동 수사를 둘러싸고 여야의 극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예산안까지 정쟁의 볼모로 잡힌다면 내달 2일 법정시한까지 처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은 각 상임위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 새 정부의 주요 사업 예산을 거침없이 삭감했다. 반면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이 주장해온 지역화폐 지원, 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1조2000억 원가량 삭감하고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8조 원가량 증액한 것이다. “이 정도면 예산테러 수준”이라고 국민의힘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준예산’ 운운하는 국민의힘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이마저 부결되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여당이 본격 심사도 하기 전에 정부안 관철을 외치며 ‘준예산 사태’라는 으름장을 놓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국회가 예산안 심의·의결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그 권한을 빌미로 나라살림에 발목을 잡고 민생을 무너뜨린다면 그 책임은 응당 국회가, 그것도 다수당이 져야 한다. 다만 예산의 증액이나 신설에는 정부 동의가 있어야 한다. 정부와 거야 사이에서 조정과 타협을 모색하는 여당의 책임 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산안 심의#무차별 삭감#정략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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