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 발사를 어린 딸과 함께 참관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김정은 자녀가 공개석상에 등장한 건 처음이다. 북한 매체들이 연이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엔 미사일 앞에서 한 소녀가 김정은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 김정은이 그 소녀를 뒤에서 안은 채 발사 현장 모니터를 보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 9살인 둘째 딸 김주애로 추정된다.
다목적 포석이 깔렸을 것이다. 일단 이번 발사의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고, 북한 주민들을 향해 핵 무력 개발이 ‘정권’이 아닌 ‘후대’의 안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동신문이 “후대들의 밝은 웃음과 고운 꿈” 운운하며 핵병기 강화 의지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고각(高角)으로 발사된 화성-17형은 최고 고도 6049km까지 치솟았으며 약 1000km를 비행했다고 한다. 정상 각도(35~45도)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가 1만5000km 이상 돼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워싱턴과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도록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대기권 재진입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진입 기술까지 확보하면 말 그대로 괴물 ICBM이 완성되는 셈이다.
김정은이 이런 가공할 핵 무력 시위 현장에 부인 리설주는 물론 10살도 안된 어린 딸까지 대동한 것 자체가 섬뜩하다. “이 행성 최강의 ICBM 보유국”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등의 표현을 쏟아낸 노동신문 보도처럼 핵 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인지, 딸의 목숨까지 담보로 내걸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끝장 전략을 펼치는 건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내 아이들이 남은 평생을 핵무기를 짊어지고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는 김정은이 오판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핵 개발이 북한 경제에 미치는 기회비용은 연 1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몇 년 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 중인 북한으로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 지 오래다. 비핵화 없이 대북 제재가 해제될 리 없다.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으로 더욱 쇠락의 길에 접어들 것이다. 김정은은 자녀들을 포함해 후대에 고립과 빈곤만 남길 뿐임을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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