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입법이 재추진된다. 콘텐츠와 의료, 관광, 교육 등 서비스산업 지원 강화를 위한 법 제정에 다시 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산업 전체의 지원 청사진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민영화’ 프레임 등에 사로잡혀 번번이 국회 통과가 무산돼왔던 법안이다.
서비스산업이 국내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만 해도 절반에 못 미쳤으나 현재는 70%를 넘어섰다.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서도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음반 등 K콘텐츠의 급속한 성장 속에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분야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접목 속에 새로운 고부가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미래 산업으로 전폭적인 투자와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제조업에 밀린 채 산발적, 단기적으로 진행돼온 게 사실이다. 지원의 기본 틀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으니 체계화된 전략 수립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각자도생에 급급한 한국의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OECD 평균의 72% 수준에 머물고 있다. OECD 35개국 중 27위로 하위권이다. 국내에서 제조업 분야와 비교해도 노동생산성은 점점 더 떨어지는 추세다. 서비스 수지 또한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원 논의에 미적대온 온 정치권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전폭적인 세제, 재정 지원과 규제 완화는 분야별 융복합 및 이를 통한 신산업 개발과 내수소비 활성화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다. 원격의료와 투자개방형 병원 등 쟁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현행 의료법 체계 내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야와 의료계가 접점을 찾아나가야 한다. 한국의 서비스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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