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호사 등록 신청 철회 않고 버티는 권순일, 염치도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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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 전 대법관. 뉴스1
권순일 전 대법관. 뉴스1
대한변호사협회가 ‘재판 거래’ ‘50억 클럽’ 등 의혹을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변호사 등록 신청 철회를 다시 요청했다. 대한변협은 10일 권 전 대법관에게 보낸 공문에서 “현 상황에서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법조계 전체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이 지난달 말 등록 신청 철회를 요구했는데도 권 전 대법관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자 재차 압박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직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전후해 김만배 씨와 8차례 만났고, 재판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냈다. 퇴임 뒤에는 화천대유에서 총 1억5000만 원의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져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전직 대법관이 개인 비리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권 전 대법관은 반성은커녕 변호사 등록을 시도하고, 두 차례나 자진 철회 요구를 받고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법 규정상 재직 중의 위법 행위로 기소되거나 징계를 받지 않는 한 대한변협이 변호사 등록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개업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렇게 해서라도 전관예우를 받겠다는 뜻인가. 사법부 최고위직 출신의 상식을 벗어난 처신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볼지는 염두에조차 두지 않나.

대장동 사건에 연루된 다른 전직 고위 법조인들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고검장 출신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고문료를 받았고, 딸은 대장동 아파트를 특혜 분양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는데도 제대로 사과조차 한 적이 없다. 화천대유에 편의를 제공하고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검사 출신 곽상도 전 의원 역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행태가 법조계의 명예에 깊은 흠집을 내고 있다.
#권순일#대한변호사협회#철회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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