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 투자자들과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은 혼란스럽다. 2023년이 4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내년 1월 시행되는지, 안 되는지 아직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현재 정부와 국민의힘은 2년 더 늦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내년 강행을 고수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신중한 접근” 발언을 계기로 며칠 전 조건부 유예안을 내놨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어서면 22∼27.5%(지방세 포함)의 세율로 원천징수하는 세금이다. 2020년 여야 합의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는 세법을 통과시켰다. 현재는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대주주로 분류해 주식 매매 차익에 20%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주주를 제외한 일반투자자에게 사실상 면세 혜택을 준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기본 원칙과 형평성을 감안하면 부동산이나 은행 예금처럼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서도 적정한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도 금투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 시기가 꼭 내년이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2년 전 여야 합의 당시는 초저금리에 따라 주가가 치솟던 대세 상승기였다. 이와 달리 현재 주식시장은 고금리와 고환율,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 우려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얼어붙은 투자 심리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 명, 전체 주식 투자자의 1% 남짓이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는 극소수 고액투자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 1%의 큰손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면 99%의 개미 투자자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 단체가 민주당사 앞에서 ‘주식시장 대재앙’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금투세 유예 요구 시위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예 기간 동안 미흡한 금투세 제도를 보완하는 게 자본시장과 금융 세제 선진화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금투세를 도입한 선진국은 주식을 장기 보유한 투자자에게 절세 혜택을 주지만 우리는 이런 지원 없이 과세에만 초점을 맞췄다. 투자자가 지정한 기본계좌를 제외하고 다른 계좌에서 생긴 소득은 일단 세금을 뗀 뒤 이듬해 확정신고를 해야 더 낸 세금을 돌려주는 원천징수 방식도 손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8월 금투세 유예 방침을 밝힌 뒤 금융투자업계는 관련 시스템 구축을 늦췄다. 준비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에 들어가면 큰 혼란이 예상된다. 자산시장이 흔들리고 기업 자금 조달마저 막힌 상황에서 새로운 세금을 도입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민주당이 강행한 임대차법이 의도와 다르게 전월세 대란을 불러온 것처럼 금투세도 1%를 겨냥하려다가 99%에게 피해를 주는 정책 실패가 돼서는 안 된다.
댓글 0